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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과 물가상승은 ‘이인삼각’처럼 서로 함께 가면서도 결코 친구 관계가 아니다. 그리고 경제가 사회현상이긴 하지만, 호ㆍ불호가 있어서, 경제성장은 환영하겠지만, 물가상승은 그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다. 물가가 성장을 잡아먹거나 발목을 잡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다.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하고, 경제성장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그 속도를 높여 과열성장을 하게 되면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이 본성을 드러내어 애써 이룩해놓은 경제성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놓기 일쑤다.

  새천년을 열고도 벌써 8년이 접어들면서, 아직은 인플레이션의 악령이 되살아나지 않아 다행이지만, 필자가 EconomicINSIGHT를 지난 2005년4월부터 집필해오면서 2006년6월 및 7월에 유사한 주제로 다루었고, 물가상승을 우려하는 기조로 집필해왔는데, 여러 가지 경제이슈가 戊子年을 열면서도 지금까지의 압력이 고조되어 새해에는 세계는 물론 국내까지 물가불안이 아주 심각한 양상으로 맹위를 떨칠 것으로 보인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산물發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신조어로서, 인플레이션 중에서도 먹거리 가격 불안으로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가장 부담스러운 경제현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른바 엥겔계수라고 하여 "가계소득 지출 총액에서 식료품비가 점유하는 비율"을 말하는 것이므로, 동 계수가 높은 서민 등의 생활고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왜일까?
  농산물생산량이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인구증가율은 기하급수적이어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양산될 것이라는 멜더스의 종말론적인 예언을 비웃듯이 지금의 세계 인구가 65억이나 되고, 또, 멜더스가 1798년 당시의 긴 제목 짓기 유행에 따라 [인구의 원리에 관한 일론, 그것이 장래의 사회개량에 미치는 영향을 G.W.고드윈, M.공드로세 그리고 그 밖의 저작자들의 사색에 대해 언급하며 논함]이라는 익명의 저서를 내놨을 때만 해도, 세계 인구가 고작 10억명이었으며, 19세기 말 20억명, 그리고 현재 65억명이나 되어있는데, 멜더스의 예언대로라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인구수로 늘어날 수 있을까? 답은 농산물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얘기요, 부유층만 아니라 저소득ㆍ빈곤층도 충분히 먹어왔다는 얘기다.

2007년 세계 농산물 생산량 16억6천만톤, 1인당 255kg

 

런던에 본사를 둔 국제곡물협회(International Grains Council)에 따르면 작년도 세계 곡물 총생산량은 16억6천만톤으로서, 재작년보다 9천만톤 증가하여 연이은 풍작이라고 평했다. 얼른 감이 오지 않는 수치지만, 이것을 두당 평균으로 산정하면 255kg이다. 한국인 쌀 소비량이 1년에 한 가마니이므로 255kg은 무려 세 가마니 분량이다. 세계은행에서 극빈층이라고 분류하는 ‘Bottom Billion’, 즉, 지구촌 10억 인구 중 태반이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한다지만, 한국이 속한 개도국 또는 신흥부국 진영 40억명과 미국 등 선진공업국 15억명 등 55억 인구는 Bottom Billion의 굶주림과는 무관하게 잘 먹고 잘 사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너무 잘 먹어 비만이 공공의 적이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다. 멜더스가 이 광경을 보면 무어라고 말할까? 아무튼 먹거리가 충분하므로 세계의 엥겔계수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이은 풍작이 무색하게 공급이 달린다

지난 9월초 국제밀거래가격이 톤당 400弗이었다. 역사적으로 최고가격이다. 5월에는 200弗이었는데 불과 4개월만에 두 배나 폭등한 것이다.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가격으로 보면 1974년에 이미 정점을 찍어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지만, 지난 25년간 평균치에 여전히 두 배다. 2007년 초 옥수수가격은 톤당 175弗로 역시 기록적이었고, 지금 와서는 150弗로 떨어지긴 했지만, 2006년 평균가격에서 50%나 오른 가격이다.
  한편, 미국의 눈엣가시인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지난 11월 국민투표에서 ‘독재의 가도’에 속도방지턱이 걸리듯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도, 주요식품의 공급에 문제가 생겨서 서민들이 등을 돌린 결과다. 러시아도 식품의 공급량이 줄면서 소매가격이 고개를 드니까 푸틴 대통령이 가격통제를 실시할 정도다.
  이상하지 않나? 세계의 곡물 생산량이 두당 255kg인데, 한국인으로 치면, 쌀 한 가마니인 80kg에 김치와 야채 등을 아무리 많이 먹어봐도 150kg이면 충분하여 나머지 100여kg은 남아돌아 오히려 식품가격이 떨어질 판인데, 어째서 이런 품귀현상이 빚어지는가? 


곡물가격 등귀의 원인을 찾아서...


필자의 어린 시절엔, 한국인들도 명절이나 누구 잔치 등 특별한 때만 고기에 흰 쌀밥을 먹곤했다. 북한말로 ‘고기에 이밥’이다. 조상 모시기에 열심인 유교국가 한국은 당장 끼니는 굶어도 제사상 하나는 제대로 차려서 어린 필자도 명절이나 제삿날만 기다릴 정도로 고기와 쌀밥을 탐했는데, 사시사철 고기에 ‘임금님표’ 쌀밥을 먹을 정도의 오늘날에는 오히려 웰빙선호 현상이 벌어져 고기나 흰쌀밥을 밝히지 않는 시대가 되었지만, 중국과 인도는 사정이 다르다.

  전세계인들이 주식으로 삼는 것은, 쌀, 밀, 감자, 옥수수 등이다. 동남아시아엘 가면 바나나가 주식인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세계4대곡물하면 쌀ㆍ밀ㆍ감자ㆍ옥수수를 꼽는다. 그러나 밥과 빵으로 사용되는 이들 주곡의 소비량은 인구증가율에 관련되고 지금껏의 추세를 보아 ‘애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꼽을 것은 못된다.

  하지만 어디 밥만 먹으랴? 반찬도 먹고 생선ㆍ고기도 먹는다. 그리고 생활 수준이 나아지면 ‘즐긴다’라고 표현하여 돼지고기를 먹는 수준에서 소고기 수준으로 오르고, 삼겹살에서 갈비로 ‘승격’하기도 한다.
  바로 중국과 인도에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만큼 먹는 문화가 발달된 민족이 또 있을까? 중국집하면 꼬집어서 ‘음식점’이란 의미가 아니어도 자장면이나 탕수육하면 떠오르는 보통명사다.
남송요리가 전세계 미식가를 매혹할 정도로 중국요리는 기름지고 고기를 많이 쓰기로 유명하다. 이런중국인들이 소득 수준이 높아지니까,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인도 역시 육류 소비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양돈과 육우를 위해 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고, 소와 돼지를 사육하는데 들어가는 곡물이 사람이 먹는 것보다 훨씬 많이 들어간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실제로 돼지고기 1kg 생산을 위해 곡물 사용량이 3kg, 소고기 1kg를 위해서는 8kg의 곡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1985년 중국인들 1인당 육류 소비량이 20kg이었으나 지금은 50kg에 이르니, 이것만 봐도 세계 곡물가격이 안 오를 수 있겠나? 사정이 이러니, 작년에 축산농가가 20년전 보다 곡물 2억톤 이상을 동물사료로 더 썼다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질 않다.


지구온난화도 애그플레이션에 결정적으로 기여...


지구온난화가 세계 인플레이션의 또 다른 주범? 언뜻 연결이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화석연료가 21세기 최악의 자연재앙에 원인을 제공하고 어떻게 하면 석 유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까 고심하던 세계 아니 미국은 그 대안을 바이오연료에서 찾고, 휘발유를 대체할 에탄올 생산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앞서 얘기한 중국 인도의 식생활 패턴 변화에 따른 곡물 소비량 증가는 하루 아침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애그플레이션’을 (경제적) 범죄라면, 친디아의 육류소비량 증가에 따른 물가상승은 종범에 불과하고, 주범은 역시 에탄올 생산량 폭증에 따라 미국 농가가 대대적으로 옥수수를 생산하고 그 많은 옥수수가 식품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에탄올 생산에 전용되는 것이 최근의 농산물發 인플레이션의 핵심적인 요인이다.  에탄올은 식물성 원료를 발효시킨 뒤 증류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옥수수 뿐만 아니라 밀과 보리, 사탕수수, 콩, 감자 등 전분이 풍부한 곡물이면 모두 가능하고, 심지어는 가축배설물에서도 추출이 가능하다.  21세기에는 농업부국이 새로운 강자 로 오를 것이라는 얘기도 있듯이, 미국은 추종을 불허하는 농업대국이다. 이른바 Corn-belt라고 해서 미국 중서부의 드넓은 평원은 구소련 후르시쵸프도 부러워한 비옥한 곡창지대요, 여기서 생산되는 옥수수는 세계의 총 생산량 중 ¼을 차지한다.
  미국의 옥수수 생산량은 모두 3억3천만톤이다. 전세계 곡물(16⅗억톤)의 20%나 차지하는 엄청난 양으로, 전 해 보다 25%나 증가된 양이고, 이 모든 것이 바로 에탄올 극성에 비롯된 것이다. 이렇게 에탄올 생산을 위한 옥수수 재배면적을 마구잡이로 넓히고 있으니, 그만큼 다른 작물을 희생했다는 얘기이고, 전세계 곡물가격 등귀에 미국이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2007년 곡물 재고량이 예년에 비해 5천만톤 정도 줄었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전세계 공급물량 부족분과 어느 정도 일치하고, 에탄올 생산량과 관련한 3천만톤의 옥수수 전용분이 상당 부분을 설명해주고 있다. 게다가 농정유착 즉 미국의 에탄올 보조 프로그램이 무려 200여개를 헤아리고, 관세를 갤런당 54¢를 부과하는 보호무역 행위도 불사하므로, 단위 채취량이 훨씬 우수하고 값도 훨씬 저렴한 브라질산 에탄올은 미국 주유소에서 얼씬도 못하는 헤프닝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연방 보조금이 해마다 70억弗이 지출되고, 갤런당 @$1.90에 해당하는 아주 비싼 가격이다. 이만한 가격 왜곡이 또 있을까? 한 마디로 먹지도 못할 에탄올 생산을 위해 농가 보조금으로 가격을 떠 받치니, 시장가격이 안 오를 수 없고, 세계 곡물의 20%를 차지하는 옥수수의 가격을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이렇게 올려놓으니, 이쯤되면 차라리 벼룩잡다가 초가삼간 날리는 격이다.
  지난 십여년간 저물가로 전례 없는 풍요를 일구었지만, 앞으로는 온난화 문제로 성장률이 낮아지고, 여기에다가 에탄올 극성 때문에 물가만 오르면, 과연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아무리 환경문제가 발등의 불이라지만, 높은 물가로 꼭 수업료를 치러야 하는지 의문이다.

  지금까지는 물가상승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중앙은행의 노력 덕분이기도 했지만, 성장이 인플레이션을 앞질러 큰 고통이 없었으나, 앞으로는 세계 경제가 둔화되면서, 농산물發물가상승이 생활고를 위협하고 이것을 생활인 양 살아가야 할 시대가 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외환은행 대외협력본부
경제연구팀장 희철
(02-729-8247


★ 본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으며, 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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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노우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