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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관한 한 세상에서 가장 밝다'는 살아 있는 전설, 워런 버핏이 일주일 전 아주 잠깐 대구에 들렀다. 그는 회견에서 "돈을 얼마나 갖고 다니십니까"라는 질문이 나오자 친절하게도 지갑을 꺼내 100달러짜리를 세더니 "600달러"라고 말했다. "77세 연세에도 어쩌면 그리 건강하냐"는 물음에는 "햄버거와 코카콜라를 많이 먹어서…"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 같은 그의 코멘트에 국내 언론은 별 토를 달지 않았다. 그런데 만약 이 사람이 평소 밤거리에 야구모자를 쓰고 보디가드를 달고 다니면서 행패를 부린 전과가 있는 인물이라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뭐, 600달러? 자가용제트기 타고 비서들이 돈가방 들고 다니면서 누굴 놀리나? 그리고 햄버거, 코카콜라를 먹으라고? 건강에도 해로운 식품인줄 뻔히 알면서 자신이 주식 사놓은 기업이라고 한국인을 얕보는 것 아닌가?'

그러나 버핏은 그냥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쯤으로 그려질 뿐 이 세상에 안티(anti)가 있다는 말은 거의 못 들은 것 같다. 버핏이 초등학생 시절 열차칸에서 신문을 팔았다거나 골프장에서 무거운 골프백을 메고 캐디로 일한 이력에 그다지 감동받을 필요는 없다. 한국의 50대 이상 기성세대들도 대부분 그보다 못한 일로 인생을 시작했으니까.

그렇지만 그를 고상한 인물로 봐야 할 경력은 참으로 많다. 그가 사는 집은 1958년 3만1500달러에 사들인 수수한 벽돌집으로 50년째 그 집이다. 아마도 휘황찬란한 주상복합아파트가 건설됐다는 소식을 못 들은 모양이다. 그의 연봉은 26년째 10만달러(약 9000만원)에 고정돼 있고 그가 몰고다니는 차도 10년이 넘은 고물이다. 단 한 가지 사치라면 자가용제트기뿐이라고 하는데 시간이 돈이니까 이해가 간다.

그는 평생 모은 돈 중 절반이 넘는 370억달러(약 33조3000억원)를 빌 게이츠재단에 선뜻 기부했다. 그러면서도 딸 수전이 주유소에서 20달러어치 기름을 넣고 돈이 없다고 하자 나중에 갚으라며 가계수표 20달러를 끊어주라고 한 사람이다.

이 모든 행동보다도 부시 대통령이 상속 증여세를 폐지하자고 했을 때 이를 쌍수를 들고 반대한 그의 인생관을 필자는 가장 높이 사고 싶었다. "아버지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해서 자식도 인생의 출발선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작한다면 세상은 불공평한 것이 아닌가"라는 게 그의 논지였다. "너무나 많은 돈을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자식을 망치는 것"이라며 먹고살기 적당한 돈(자녀당 약 100억원씩)만 물려주겠다고 공언했다. 빌 게이츠, 조지 소로스도 버핏 견해에 동조했다.

바로 이런 사람이 버티고 있기에 미국은 힘이 있어 보인다. 또한 이들의 손익을 따지기에 앞서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철학 때문에 이 세상에서 자본주의가 무너지지 않고 존속하는가 싶기도 하다.

자, 이제 이 대가(大家)의 발언 내용에서 투자기술의 팁을 얻어낼 차례.

-개인투자자들에게 성공 비법이 있다면?

"주식을 살 때 사업의 일환으로 사라. 전문가들이나 TV에서 떠드는 종목은 믿지 마라. 주식을 살 때는 배당금이나 주식분할 재료 같은 것을 염두에 두지 말라. 경영진이 유능하고 정직한지, 주식가치는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라."

-한국 산업 중 유망한 성장산업은?

"4년 전 포스코(POSCO)를 샀을 때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쌌다. 나는 내가 아는 산업에 매력을 느낀다. 투자할 때 영속적인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앞으로 10년, 20년 후에 이 회사가 어떻게 유지될 건지 본다.

-투자시점은 어떻게 잡는가?

"투자시 시장 전망은 하지 않는다. 단지 저평가된 시장과 기업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거품이란 환상에 빠져서 내재가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야말로 오류다. 1600년대 튤립 투기 열풍처럼 말이다."

이상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버핏의 투자원칙이다. 요약하면 △아는 분야에 국한해서 사업으로 보고 투자할 것 △경영진이 유능한가 △합리적인 가격인가 △10년 이상 사업성 보장 등 네 가지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개인투자자들 중 99%, 혹은 99.9%는 이 4대 요소를 점검할 능력이 없다고 본다. 버핏은 개인능력도 중요하겠지만 엄청난 보수를 받는 천재형 브레인(brain) 조직이 이 일을 전담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기관이 그렇다. 바로 이런 두뇌와 조직 자금력을 가진 강자와 게임이기 때문에 개미들은 직접투자로 궁극적으로 승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버핏은 "개미는 직접 주식을 사고팔지 말라"는 말을 진짜 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욕심을 줄여 펀드에 맡기는 게 정도일 것이다.

[김세형 편집국장]

★ 본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으며, 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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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노우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