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플레이션과 분산투자 읽어볼만한글2008. 3. 8. 19:08
애그플레이션! 생전 첨 보는 단어가 이제는 낯설지가 않다. 최근 사재기 붐을 일으켰던 라면값 인상을 필두로 전방위적으로 애그플레이션의 위력이 우리 생활 곳곳에서 우리 삶을 곤궁하게 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무엇이길래 그렇게 떠들석한 것일까? 얼마전 저명한 방송인 손석희 씨가 방송에서 “agflation”을 “eggflation”이라고 생방송 중에 실수한 것이 화재가 되기도 했던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의 가격급등으로 인해 물가가 상승한다는 의미의 신조어이다. 이미 다양한 언론 매체를 통해 애그플레이션의 발생 이유에 대해 수없이 설명되어 왔던 부분이지만, 간단히 다시 정리해보면. 애그플레이션은 중국이나 인도등의 신흥국들의 경제성장으로 인해 농산물의 수요가 급증함으로서 전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의미한다.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당연하겠지만 식생활의 수준도 높아지게 되며, 이로인해 과거엔 밥(곡물)위주의 식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육식위주의 식생활을 선호하게 된다. 때문에 육식의 대상이 되는 소와 돼지의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이 소와 돼지를 키우기 위해 들어가는 곡물의 양이 엄청나다는데 있다. 즉 과거엔 사람이 직접 곡물을 섭취할 때는 1킬로그램으로 충분했다면은 이제 곡물 1킬로그램의 양만큼을 육식1킬로그램으로 채우려면 소나 돼지에게 10킬로그램의 곡물을 먹여야 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농산물의 수요가 급증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 고유가로 인해 최근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에너지 산업까지 맞물려 바이오에너지의 원재료가 되는 옥수수값 역시도 폭등하게 됨으로써 지금의 에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자, 그럼 애그플레이션과 최근의 투자 흐름을 연결지어 보자. 최근 최고의 투자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 하게 애그플레이션의 주범인 농산물과 원자재이다. 미국시장을 필두로 글로벌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작년 한 해에 이어 올해까지 농산물 및 원자재 펀드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지금의 신흥시장들의 성장세와 지속적인 공급부족이 예상 되는 농산물 및 원자재의 특성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성장세를 예측하여 많은 투자자들이 원자재나 농산물펀드 투자를 권유받고 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농산물 및 원자재의 세계 최고의 소비국가라 할 수 있는 중국 경제가 급랭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에도 여전히 농산물 시장과, 원자재 시장을 지금처럼 탄탄한 성장세를 지속 할 수 있을까? 장기적인 측면에선 원자재나 농산물의 획기적인 과학이나 기술의 발달이 있기 전에는 기본적인 수요, 공급 불균형이 쉽게 해소 될 수 없어 그 영향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단기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무조건적인 장미 빛 전망은 크게 흔들릴 여지가 있다. 농산물이야 탄력성이 떨어지는 특징상 비교적 변동성이 적거나 그 반응이 더디 나타날 수 있겠지만, 현재와 같은 추세에선 원자재중 중국과 밀접한 것들은 단기적인 급락을 겪을 위험이 매우 크다.
최근 Broomberg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MSCI중국지수와 로저스 상품지수 및 로저스 농산물지수의 상관계수가 각 0.9, 0.85로 나타나 시장의 동행성이 매우 높은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상관계수를 살펴보면 0.72로 역시 마찬가지로 동행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최근의 원자재 및 농산물관련 상품펀드들의 시장 흐름은 매우 밀접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중국 및 신흥 이머징 시장의 투자 비율이 높은 국내 투자자에게 있어 원자재나 농산물 같은 상품펀드들이 다른 자산과의 상관성이 낮아 분산투자에 효과적이라는 일반론은 들어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분산투자는 투자에 있어 기본이라는 것인 이제 누구나 아는 명제이다. 하지만 투자 심리라는게 항상 그렇듯 이성적 판단보다는 시장의 흐름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 대부분투자자들의 현실이다. 바야흐로 펀드 공화국이라 해도 괜찮을 만큼 급격히 팽창한 현재의 투자 시장에서 우리는 시장을 맹신하거나 쫓아가면 안된다는 것을 이미 2005년 2006년을 2007년을 지나 오면서 리츠펀드와, 일본펀드, 그리고 2007년 하반기의 상황을 통해 충분히 경험했다고 볼 수 있지만, 최근 언론에서 다루어지는 원자재나 농산품관련 상품들의 평가나 고객들의 선호도와 관심을 지켜보면 그때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조금은 우려스럽다.
원자재 펀드나 농산물 펀드가 현재의 시장상황에서 대단히 유망한 것 만큼은 필자도 충분히동의한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현재의 수익율과 언론에서의 전망을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반영하는 것은 반드시 지양해야만 한다. 원유와 비철금속 부분의 최대 소비국 중국, 옥수수 및 사탕수수의 주요 생산국 브라질, 금,다이아몬드, 마그네슘등의 천연자원 생산지인 아프리카, 오일 머니의 중동등 각 국가별 지역별로 주요 상품들과 상관계수가 대단히 높은 경우들이 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신흥이머징 마켓 대부분이 그러한데, 이러한 시장들은 특정 상품들과의 상관계수가 높게 나타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 이러한 신흥국 중심의 투자포트폴리오를 지닌 투자자라면 원자재나 농산물펀드에 투자함에 있어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즉 무조건 좋다고 원자재나 농산물펀드에 뛰어들기 보다는 우선 현재 자신의 포트폴리오의 투자 지역과, 투자 대상을 면밀히 점검하고, 충분히 원자재나 농산물이 자신의 기존 포트폴리오와 상관계수가 떨어지는지를 확인한후 투자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며, 혹 기존의 투자 포트폴리오와 투자하려는 원자재나 농산물의 상관계수가 높다면, 기존포트폴리오와 투자비율을 적절히 조절하여 투자하여야만, 집중된 투자로부터의 위험을 피하고, 최근의 시장위험과 인플레이션 위험에 적절히 대비 할 수 있는 분산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