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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 이론의 아버지 마코위츠(Harry Max Markowitz)가 유수의 펀드매니저들이 모인 강연회에서 ‘당신들 중에 누가 시장 평균의 수익을 낼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펀드매니저들은 마코위츠의 질문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왜냐하면 당시 펀드매니저들은 늘 스스로 큰 수익을 내고 있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코위츠는 그릇된 확신을 깨기 위한 추격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그는 10년간 미국 연기금과 대형 뮤추얼 펀드의 수익률을 조사해 보니 실제 시장 수익률(지수 상승률)을 지속적으로 앞서는 펀드는 없으며, 그나마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록한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어떤 종목을 편입했는가에 달린 게 아니라 자산을 어떻게 배분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통계 자료를 내놓았다.

변동성 적고 기대 이익 높아야

이 사실은 투자에서 거의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을 가져왔다. 그전까지 펀드매니저들은 직관이나 영감, 혹은 모멘텀이나 성장 스토리(개념주)에 의존해 자신이 마치 미다스의 손이라도 되는 양 으스댔지만 알고 보니 전체 시장을 시가총액에 따라 전부 사서 보유한 것보다 결과가 나빴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즉, 최고의 수익을 내는 최고의 슈퍼 포트폴리오는 바로 ‘시장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이 이론은 후에 샤프와 토빈 등에 의해 계승 발전돼 결국 인덱스 펀드가 시장에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이렇듯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포트폴리오 이론도 당시로서는 상당히 생소한 개념이었다. 하지만 마코위츠의 이론은 단순히 시장지수를 추적하는 인덱스가 최선이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핵심은 ‘무조건 시장만큼만 수익을 내자’는 것이 아니라 최선의 이익을 낼 수 있는 조합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는 ‘같은 위험을 가질 때 최대의 기대 이익을 내는 조합을 선택하고 같은 기대 이익이라면 최소의 위험을 지는 조합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지배원리(dominance principle) 개념을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위험이란 ‘변동성’을 의미한다. 즉, 주식시장에서 기간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는 변동치는 곧 위험이며 그는 이것을 베타라고 불렀다. 따라서 베타가 크다는 말은 그만큼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고 반대로 베타가 작다는 것은 그만큼 손실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마코위츠는 개별 주식들의 변동성(베타)을 조사하고 상대적인 변동성의 크기를 측정한 다음 ‘변동성이 같은 경우 최대의 수익을 내는 종목을 고르면 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그가 말하는 기대 수익은 어떤 의미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식이 가지고 있는 가치 평가 모델을 먼저 알아야 한다.

‘주가는 이론적으로 미래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한 수치라고 말할 수 있다. 좀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배당 할인 모델’의 경우 ‘해당 기업의 미래 배당 가치를 합산한 다음 현재의 금리로 할인하면 그 기업의 기대 수익’이 나온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의 현재 배당이 향후 10년간 매년 100원씩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배당액은 100원의 가치 그대로지만, 다음해의 100원은 금리에 해당하는 만큼 할인해야 한다.

다시 말해 편의상 금리를 10%로 가정하고 배당 가치를 계산해보면 첫 해의 배당 가치는 100원이지만 다음해의 배당 가치는 90원이 되고 그 다음해에는 81원의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기업의 계산된 배당액을 합하면 해당 기업의 10년간 배당 가치가 환산된다. 즉, 지금 가진 돈은 이자가 붙지만 미래에 받을 돈은 채권과 같은 것이므로 금리 할인이 필요하고 이런 할인 개념을 ‘미래 가치를 현재 가치로 할인’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본안으로 돌아가 보자. A 주식은 변동성이 0.5 기대 수익이 1%, B 주식은 변동성이 0.5에 기대 수익이 1.5%라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우리는 당연히 B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해야 한다. 반대로 기대 수익이 1% 변동성이 0.5인 C 주식과, 기대 수익이 1% 변동성이 0.7인 D 주식의 경우라면 우리는 당연히 C 주식을 골라야 한다. 하지만 보통 투자자들의 심리는 변동성 부분은 고려하지 않고 기대 수익만 좇거나, 혹은 변동성만 좇는다. 그래서 영감이나 정보, 혹은 모멘텀에만 의존한 투자자들이 지배원리(dominance principle)를 택한 투자자들에게 항상 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식의 계산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투자에서 적용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래서 샤프는 마코위츠의 이론을 계승, 주식시장의 평균지수 대비 개별 종목의 변동성을 지수화한 ‘샤프 비율’을 발표했고, 이로써 두 사람은 노벨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게 된다. 샤프-지수는 어떤 종목의 변동성을 지수에 대한 상대적인 비율로 규정을 했기 때문에 종목의 변동성은 곧 지수대비 위험도를 바로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뮤추얼 펀드에는 혁명이 일어난다. 펀드매니저들은 그때서야 비로소 포트폴리오에 눈을 뜨게 되고 겸손해졌다. 하지만 시장은 재미있다. 아무리 모두가 이런 자산 배분 이론이 옳다고 여기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이런 선택을 한 투자자보다 더 나은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존재하는 것이다. 또 아주 드물게는 버핏이나 피터린치의 경우처럼 장기적으로도 더 나은 수익을 올림으로써 마코위츠 스스로 예외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기도 한다.

방향성 다른 자산에 골고루 투자

그래서 투자자들은 늘 신기루를 좇게 되고 펀드매니저들은 여전히 자신의 영감을, 혹은 직관(인사이트)을 신뢰하는 자기 착각에 빠진다. 펀드매니저들은 지난 100년간 극소수의 특별한 예외를 보면서 늘 자신이 거기에 속할 수 있다는 아집과 독선에 사로잡히게 되고,투자자들 역시 그렇게 믿는 국면들이 늘 존재한다. 사람은 그래서 알 수 없는 동물이다. 이는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뜨리는 사람이 극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카지노는 늘 미어터지고 경마장과 경륜장 역시 도박꾼들로 붐비는 것과 같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또 하나의 이론이 등장한다. 소위 ‘토빈의 정리’다. 그는 같은 자산 안에서 아무리 제대로 된 분산을 해도 그 자산 자체가 갖는 위험은 분리될 수 없으며 언젠가는 심각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해 같은 포트폴리오에서 가능하면 ‘낮은 기대 이익과 낮은 위험’보다 ‘높은 변동성과 높은 기대 이익’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을 연구한 것이다.

이를 테면 당시 재무설계사(FP)들이 믿고 있던 상식들 중에 ‘과부와 고아의 돈은 낮은 변동성과 낮은 수익’에, ‘부자의 돈은 그 반대를 선택하는 것이다’는 것이 있었다. 과부와 고아는 이익이 덜 나도 위험이 적은 주식에, 부자는 손실을 각오하고 큰 자산에 투자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실제 고객들에게서는 ‘부자는 더 큰 돈을 벌기보다 안정성을 택하고 자산이 적은 사람들이 오히려 큰 위험의 조합을 고른다’는 이율배반이 나타난 것이다.

토빈은 주식시장에서 시장 자체의 위험은 어차피 정도의 차이일 뿐 어느 종목에나 나타나는 것이라면(주가 폭락 시 방어주나 성장주가 정도의 차이일 뿐 같이 하락하는 현상), 자산 자체의 방향성이 다른 자산을 나누어 투자하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난주에 설명한 공분산을 이용한 자산 배분의 원리다.

즉, 당신이 고위험, 고수익을 택하려고 한다면 당신의 자산을 주식 안에서 어떻게 나눌까 고민하기에 앞서 서로 방향성이 다른 자산(예를 들어 주식과 금의 조합)에 먼저 배분하고 일단 배분한 자산은 최고 수익과 최고 위험의 조합에 투자하면 결과적으로 자산 보호와 수익을 동시에 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점에서 최근 선진국-한국-이머징마켓의 주식을 나누어 편입하면 위험이 준다는 믿음이나 위험 자산에 ‘다걸기’하는 일부 펀드나 가입자들의 행보에 얼마나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우리는 너무 간과하고 있다.

펀드 가입자들이여, 지금 당장 당신의 펀드가 어떤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묻기보다 어느 정도의 변동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물어보라. 그리고 투자하라.

★ 본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으며, 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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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노우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