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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를 키우는 농부가 고민에 빠졌다. 지금 오리를 출하해야 하는데 가격이 폭락해 도저히 원가에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농부는 더 이상 사료를 먹이지 않고(돈을 들이지 않고) 연못에서 오리를 키우면서 오리 값이 다시 반등하는 시점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하지만 농부의 고민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연못은 동쪽과 서쪽 두 곳에 있는데 어디에서 오리를 키워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동쪽 연못에는 미꾸라지가 풍부해 오리의 살을 찌우는데 그만이지만 서쪽 연못에는 물고기가 별로 없어 오리가 겨우 연명할 수 있을 뿐이다. 또 동쪽 연못으로 가는 길에는 통행 차량이 많은 대로가 있고 서쪽 연못으로 가는 길에는 차도가 없다.

농부는 나중에 오리를 비싼 값에 팔기 위해 동쪽 연못으로 오리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칫하다가는 교통사고로 한꺼번에 오리가 몰사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오리 떼가 한꺼번에 길을 건너게 하지 않고 한 마리씩 건너가게 했다. 이때 농부의 선택은 현명한 것일까.

집중 투자 기간 길수록 위험 상승

무리 지어 보내면 처음 몇 번은 전원이 무사통과할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떼죽음을 당하는 날이 올 수 있다. 하지만 한 마리씩 보내면 먹이 부족 등으로 하루에 한 마리씩의 작은 손실이 누적돼 많은 오리를 잃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때 농부의 이익은 ‘기간의 운’에 따라 결정된다. 다행히 오리 가격이 빨리 회복돼 오리 떼가 전원 사고를 당하기 전에 시장에 내다 팔 수 있으면 떼를 지어 보내는 것이 옳고, 만약 가격 회복이 늦어진다면 나눠 보내는 것이 옳다. 하지만 오리 가격이 계속 하락해 출하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경우에는 전부를 잃을 위험이 점점 커진다.

이때 농부가 오리 떼를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오리 떼를 둘로 나눠서 반은 서쪽의 연못으로, 반은 동쪽의 연못으로 보내는 것이다. 이 경우 농부는 오리 값의 폭락으로 출하 시기를 잡지 못한 채 계속 시간이 흐른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오리 값이 오르면 나머지 절반을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

여기서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가. 사실 농부에게 시장 타이밍이 적절해 오리의 살이 잔뜩 오른 채 비싼 값에 모두 팔 수 있는 행운과 가격이 맞지 않을 때 출하를 늦추다가 가격이 오른 다음 팔기로 결정할 때 모든 오리를 잃을 위험은 대칭적이다.

다만 그가 오리 떼를 반으로 나눌 경우에는 가격이 좋아지기까지 절반은 지킬 수 있지만, 대신 오리 가격이 두 배 이상 급등하지 않는 한 큰 이익을 볼 가능성은 상당 부분 사라진다.

지금 필자가 던진 수수께끼는 일종의 패러독스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답은 있다. 천체물리학자인 오스본(Osborne)은 ‘브라운 운동’을 변동성 분석에 대입해 ‘주가의 변동 폭은 시간의 제곱근에 비례한다’는 바슐리에의 이론을 증명했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필자의 패러독스에서 농부가 오리를 떼지어 보내든, 나누어 보내든 수익이나 손실의 확률적인 차이는 없고 이 농부의 리스크는(변동성) 단지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할 뿐이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농부가 오리 가격이 최고에 달할 때까지 어느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팔았을 때 큰 이익이 날 가능성과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은 같고 이익을 보든, 손해를 보든 그것은 운이라는 뜻이다.

결국 이 패러독스에서 농부가 개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리 떼를 둘로 나눠서 반은 동으로, 반은 서로 보내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농부에게 가장 합리적인 대안은 동전을 던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제대로 설명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포트폴리오 이론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우리가 보통 투자를 하면서 ‘한국 펀드, 중국 펀드, 선진국 펀드에 분산 투자하면 위험이 적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사실 이때의 위험의 정도는 거의 차이가 없다. 이를 통계학적으로 설명하면 공분산(共分散, covariance)이라고 부르는 상관계수가 양의 값을 가지면 그 자산의 변동성은 시간이 길어지면 거의 같아지기 때문이다. 즉, MSCI 지수와 0.7 정도의 공분산을 가지는 한국 시장을 보유할 경우 보유 기간이 길어지면 어느 시점에서 이 자산들의 위험도는 같아지는 것이다. 이 점은 이머징 마켓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 때문에 자산 투자에서 분산 투자는 공분산이 음의 값을 가지는 자산을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금의 경우 MSCI 기준 공분산은 0.4~0.5 수준인데, 이것은 금값이 오르면 주식 값이 떨어지고 주식 값이 오르면 금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러한 음의 공분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자산 배분의 효과를 높여주게 된다.

그래서 필자가 말하는 자산 배분은 채권수익률을 기준으로(0으로 잡을 때) 주식과 실물이 좌우로 분포하는 분산 배치를 함으로써 농부가 최소한 오리의 절반은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는 의미이지 주식시장 내에서의 업종별 분산이나, 혹은 주식시장별 분산과 같은 소극적 의미의 배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산 배분의 문제는 미국 같은 선진 자산시장에서 대공황이나 블랙먼데이 등의 우여곡절을 겪은 결과 그런 위험에 대한 회피는 결국 자산 배분밖에 없더라는 경험에 따른다. 즉, 예상치 못한 자산시장의 폭락과 같은 경험을 한 후 많은 경제학자들과 투자 이론가들이 정립한 모델인 셈이다. 아울러 이러한 투자법의 진정한 의미는 더 나은 수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분산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국내 투자자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분산 투자는 애당초 목적이 잘못 설정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금이나 물 석유 등의 실물에 투자하고 주식도 신흥시장과 한국 시장에 분산 투자하는 이유를 위험에 대한 진정한 회피가 아니라 더 나은 수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짧고 굵은’ 변동기 대비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런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유는 수십억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동의할 수 있겠지만 소액으로 투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가능하면 채권 대비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생각되는 자산에 집중하게 되고 그 결과 수익과 손실은 항상 양의 값을 가지지 않고 양과 음의 값을 반복하게 된다.

소액 투자자들의 진짜 비극도 여기에서 시작된다. 주식시장을 역사적으로 잘 관찰해 보면 주가는 대개 표준편차의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정규분포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드물게 이 범위를 벗어나는 움직임이 발생하고 이것이 수익률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즉, 편차를 벗어나는 비정상적 변화는 극히 드문 일부분인데다 그 기간도 아주 짧지만 실제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큰 것이다.

가령 10년간 주식시장의 전체 수익률을 놓고 비교해 보자. 이 기간 동안 수익률이 70%인 경우 만약 편차를 벗어난 극적인 순간을 제외하고 계산해 보면 수익률은 그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는 손실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극적으로 상승하는 짧은 기간에는 일찌감치 주식을 팔고 일시적인 폭락의 시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함으로써, 나머지 긴 기간에 벌어들인 평범한 수익을 그대로 반납한다. 이 경우의 최종 수익률을 ‘비극적’이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학자들과 시장의 많은 이론가들은 분산 투자가 아닌 집중 투자에서(주식과 같은 자산에 집중하는 경우) 이러한 비이성적 행태를 소거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필자는 분포곡선에서 지방꼬리(Fat Tail)라고 부르는 이 기간의 움직임을 활용하거나, 반대로 회피하는 것이 어쩌면 주식 투자의 전부일지 모른다는 생각의 바탕에서 그 방안을 오래전부터 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어쨌거나 오늘의 칼럼은 내용이 좀 어렵지만 필자는 독자들에게 하나의 화두를 던지는 셈이니 이점 혜량하시기를 바란다.

용어설명

루이 바슐리에: 프랑스의 물리학자로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학자다. 주식시장은 브라운 운동처럼 불규칙하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하며 단지 통계적으로만 기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론은 환율, 이자율 등에 적용되는 등 금융시장을 수학적 확률론으로 해석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공분산: 두 변수의 관계를 나타내는 통계 용어. 주식 투자에서 공분산이 양의 관계면 자산의 움직임이 한 방향으로 움직임을 뜻해 분산 투자의 효과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 본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으며, 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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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노우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