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

« 2024/5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블룸버그&실시간 지수     FX News     forexfactory.com     통계지표     네이버 뉴스     다음 뉴스     전자공시

미국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기(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문제가 발생했다. 이 문제는 거시적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드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2007년 11월 이후 경기에 대한 전망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으며 각종 경제지표들이 미국 경기의 둔화를 입증하고 있다. 지표상으로 봤을 때 투자는 100%, 고용은 70%, 소비와 생산은 각각 50%, 30% 정도 악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미국 경제지표로 인한 시장 충격은 아직도 소비와 생산 부문에서 더 진행될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투자문화 발전 계기

주가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기업 이익 면에서도 전체(S&P500 기준) 기업 이익의 약 25~30%를 차지하는 금융사들의 실적 악화가 S&P500 전체 이익 추세를 훼손시켰다. 2004년에서 2007년의 경우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상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 기업들이 1990년대 후반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이익이 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기업 이익의 개선에 비중이 컸던 미국 금융사들의 수익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해 이제는 반대로 미국 기업 이익의 개선 추세를 뒤바꿔 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2008년 1분기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 서브프라임 부실 자산 상각과 이로 인한 미국 금융사들의 실적 악화가 얼마나 추가 적용될 것인지, 다시 말해 S&P500 기업 이익의 악화가 어느 정도 나타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미국 현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최악의 경우 경기 침체로 확산된다면 지난 수년간 동반 상승한 전 세계 자산 가격이 도미노처럼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2월 들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주식시장이 반등하고 있지만 서브프라임 위기의 파장은 아직도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 서브프라임 위기는 제어할 수 없는 시장의 체계적 위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충격은 최소한 한국 주식시장의 투자 문화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도 생각한다.

2차 서브프라임 충격이 있었던 2007년 7월, 2000을 넘어 선 KOSPI지수가 3주 만에 1700선이 붕괴되는 급격한 조정을 겪었다. 그 이후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주가 급락은 보다 빈번하게 한국 주식시장을 괴롭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가 급락 시점이 도래할 때마다 주식형 수익증권으로의 자금 이동이 활발하게 나타났다. 특히 2008년에 들어 전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감이 커지고 2008년 주식시장 전망이 점차 불투명해지는 가운데에서도 대규모 환매 사태는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주식시장으로의 꾸준한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필자는 서브프라임 충격이 장기 투자 문화의 정착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첫째, 서브프라임 충격으로 인한 급격한 주가 하락에도 투자자들의 심리는 상대적으로 편안하고 주식시장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 시황이 불안하니 주식에서 돈을 빼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이 과거보다 적어진 것이다.

둘째,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거치식보다 적립식 펀드 투자가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장기간 돈을 나누어서 투자해야 결국에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투자자와 투자를 권유하는 사람들 모두 갖게 된 생각이다. 물론 시장의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보편적인 컨센서스와 다르게 주가가 상승할 경우 수익을 향유하기를 원하는 투자자들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역설적이게도 시장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욕심을 줄이는 환경이 오히려 장기 투자 문화(적립식)에 도움이 됐다고 판단된다.

기관, 주식시장 헤게모니 장악

서브프라임 충격은 또한 한국 주식시장의 헤게모니(주도권)가 바뀌는 속도를 가속화했다는 측면도 있다. 서브프라임 문제는 신흥 아시아 국가들의 투자자들보다는 문제의 진원지인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투자자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외국인 지분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7월 이후 대규모의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며 2월 20일 현재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지분율은 31%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난 수년간 개인들의 투자 비중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반면 주식 자산 선호 현상과 펀드 투자 문화의 정착으로 인해 국내 기관들의 주식시장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2007년은 기관들의 영향력이 매우 커졌다는 것을 보여준 한 해였다.

주식 자산 선호 현상과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해외 투자자의 한국 주식 투자 비중 확대보다 자금 유입 속도가 빠르다. 시장의 헤게모니를 가진 것은 이미 개인과 외국인이 아닌 기관투자가들이고 서브프라임 사태는 그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문제로 인해 주가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의 활발한 투자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의 투자 방법론 중 하나는 시장이 패닉(공포심)에 빠졌을 때, 값이 싸진 주식을 골라 투자하는 것이다. 그가 투자의 귀재로 군림하는 데는 몇 가지 투자 성공의 조건들이 있었다.

첫째, 주식을 쌀 때 사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져 기업의 기본 가치를 무시하고 일단 팔고 보자는 심리가 강할 때, 즉 주가가 크게 저평가돼 있을 때 주식을 매입했다. 둘째, 매입한 주식은 대체로 장기 보유를 원칙으로 한다. 코카콜라와 같이 20년 이상 보유한 종목들이 대표적인 증거다. 주식을 빈번히 사고파는 전략은 커다란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셋째, 성장주에 투자한다는 원칙이다. 그가 장기 보유한 종목들은 대부분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이었다. 워런 버핏이 성장주 투자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가치 투자자 혹은 가치 스타일 투자자로 더 알려진 이유는 앞의 첫째 조건, 즉 쌀 때 사는 점만 부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보유한 코카콜라 주식은 1990년대 초반 40배가 넘는 주가수익률(PER), 그리고 2000년 주식시장 버블 붕괴 당시에도 주식을 팔지 않았다. 당시 S&P500 PER는 20배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선택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이는 성장하는 기업은 비록 시장이 성장에 대한 과도한 프리미엄을 주더라도(즉 지나치게 높은 PER 등) 팔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에 가능했다. 주가는 기업 이익에 대해 때로는 과민하게 반응하지만 이익이 계속 늘어나는 기업, 즉 성장하는 기업은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서브프라임 충격은 이익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성장 기업을 싸게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는 서브프라임 문제를 바라보는 워런버핏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조윤남·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 yunnamcho@daishin.com

★ 본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으며, 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
Posted by 스노우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