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어록에 미래에셋 투자처 있다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지난해 오피스 투자 관심…대체에너지·조선주 사전·동시 예고]

'미래에셋의 투자처를 알려면 박현주 회장의 발언록을 보라'

미래에셋의 투자처는 시장참여자 누구나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항이어서 극비사항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최소 1년 전부터 투자내용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박현주 회장 등 최고경영진의 발언에는 미래에셋의 투자를 암시하는 직관적 통찰이 들어있는 내용이 다수 들어있는 것.

"국내는 주택값은 비싸지만 오피스빌딩(수익성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투자매력이 있다"(2007년 5월)는 박 회장의 발언은 반년여 뒤 미래에셋맵스 등의 부동산 투자로 구체화되고 있다.

미래에셋 맵스자산운용은 '아시아퍼시픽부동산공모1호'펀드를 통해 을지로 도심재개발사업에 오피스빌딩 건축을 위한 투자에 나선 상태다. 투자금액은 8400억원에 달한다. 또 이달초에는 중국 상하이의 호텔식 아파트 '샤마럭스'를 매입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초고층 복합용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인 '파크원(Parc1)'에 참여하고 있다. 파크원은 여의도 옛 통일주차장 땅에 72층과 59층 2개동의 오피스타워, 지상 6층 쇼핑몰, 국제 비즈니스 호텔이 들어서는 대형 프로젝트다.

태양광 발전 등 대체에너지 사업에 대한 미래에셋운용의 남다른 관심도 박 회장 등의 발언에 묻어나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9월 "고유가가 지속되면 환경과 대체에너지 쪽으로 상당한 돈이 투자되고 이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미래에셋운용의 대표적인 투자기업인 동양제철화학은 고평가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월부터 뚜렷한 급등세를 보였다. 태양광 발전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등을 생산하는 지난해 9월 초 동양제철화학은 10만원대 중반에서 2개월여 사이에 39만원대까지 상승했었다. 그뒤 주가는 등락을 거듭했지만 현재도 29만8500원을 기록 중이다.

미래에셋운용의 동양제철화학 지분은 지난 2006년10월 7%대에서 지난해 10월 15.64%로 급증했고 이달 초 기준으로도 15.89%를 기록 중이다.

현대중공업 등 조선주 투자 사실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밝힌 것도 수년 전부터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2003년 이미 조선주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밝힌 바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최고 경영진의 투자철학이나 관심도에 따라 계열사들이 유기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라며 "최근의 부동산 투자나 대체에너지 관련주, 조선주 투자 등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의 직관적 투자스타일에도 그늘은 있다. 박 회장 등 최고 경영진의 남다른 철학에 대해 내부에서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운 것이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쏠림에 대한 우려와 거품론이 제기될 경우 가격 붕괴가 수반될 수도 있다. 가령 동양제철화학은 지난해 11월 39만원대에서 18만원대까지 떨어지는 대폭락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말 간접투자시장을 달궜던 인사이트펀드의 중국 등 브릭스 집중 현상도 박 회장의 투자철학에서 비롯됐다는 관측도 있다. 박 회장은 저서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서 "앞으로의 세기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 관련 회사 대표는 "자신의 투자철학을 사전에 예고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활발한 의견교환으로 주변 상황 변화 등도 적절히 반영돼야 한다"며 "인사이트펀드 출시를 보고 미래에셋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까지는 중국 주식 편애라고 느껴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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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민기자 bae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