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분산투자의 의미

[중앙일보] 전 세계 주가가 약세로 돌아선 요즘 재테크 기사나 칼럼들의 골자는 ‘장기 분산투자’입니다. 문제는 장기라면 어느 정도의 기간을 의미하는지, 어느 정도 분산투자를 해야 적절한지에 대한 답은 뚜렷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장기 분산투자의 효과를 측정해 보기 위해 주식 펀드에만 투자한다고 가정하고 한 가지 실험을 해봤습니다. 실험 대상은 모건스탠리(MSCI)가 산출하는 국가별 주가지수 중 20년간 데이터가 존재하는 32개국의 연도별 주가지수 등락률입니다.

20년 동안 매년 초에 3년간, 5년간, 10년간 투자한다고 가정했을 때 손해보지 않았을 국가 수를 세어봤습니다. 3년 연속의 경우는 호주만이 단 한 번도 손실이 나지 않았을 뿐 모든 국가가 한 번 이상의 손실 구간을 갖고 있었습니다. 5년 연속 투자의 경우 멕시코·칠레·캐나다가 손실이 없는 국가군에 추가되고, 10년 연속 투자한 경우엔 3분의 2가 넘는 24개국이 무손실 국가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따라서 특정 국가 주식 펀드 1개에만 투자한다면 최악의 경우 10년 이상은 투자해야 원금 손실이 없다는 말이 됩니다.

그러나 32개국 전체에 같은 비율로 분산투자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여러 국가 주식에 3년 연속 투자한 경우, 2000년에서 2002년까지의 구간만 손실을 봤을 뿐 나머지 구간은 최소 9%에서 최대 111%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5년 연속 투자한 경우엔 손실 구간이 한 번도 없으면서 3∼195%의 수익률을 나타냈습니다. 10년 연속 투자수익률은 99∼591%(연 7∼21%)에 달했습니다.

펀드 판매 직원들이 “주식 펀드라도 3년 이상 투자하면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고 말하는 것은 분산투자를 전제로 한 것입니다. 개인들이 전 세계 주식 펀드 모두에 가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국가별 분산투자를 대신해 주는 펀드들이 있는데 이를 글로벌 주식펀드, 혹은 이머징마켓 주식펀드라고 합니다. 전자는 신흥시장에도 투자하지만 선진국 비중이 높은 펀드이고, 후자는 신흥시장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말합니다. 최근 인기를 모았던 브릭스 펀드는 신흥시장 중 대표적인 4개국에만 투자하는 펀드로 이머징마켓 주식 펀드에 비해 분산도가 낮은 펀드입니다.

최상길 제로인 상무 www.funddoct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