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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의 금융 그리고 재정 정책의 효과를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미국은 지금 역사에서 자주 찾기 어려운 큰 위기를 겪고 있고, 그로 인해 경기 불황의 가능성도 매우 높다. 미국 정부는 당연히 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의 전쟁을 치르듯이 모든 노력을 다 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은 지난주에 정기 금리 결정 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갑자기 연방기금금리를 0.75%나 낮추었다. 이는 그 만큼 지금 금융시장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1월 29~30일에 있을 정기 회의에서 다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미국 중앙은행의 이런 금리 인하 행보를 보고 이것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는 많은 부작용만 만들어 낼 뿐 지금의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후자의 견해를 밝히는 사람들의 근거는 무엇일까? 필자도 후자의 진영에 속한다. 필자의 생각을 환자의 예를 들어 비유로 설명해보고자 한다.

환자가 입원을 했다. 이 환자는 그 전에도 가끔 응급실에 가곤했다. 그때마다 영양제를 맞고 건강을 다시 회복했다. 더 정확하게는 영양제를 너무 많이 맞는 바람에 몸무게가 늘어났다. 몸무게가 늘어나니 힘도 세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건강이 좋아진 것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환자는 이번에는 너무 늘어난 몸무게가 몸의 기능을 부분적으로 망가뜨려서 몸무게가 줄어드는 증상을 보였다. 그래서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 의사는 진단을 해 보았으나 증상만 보일뿐 그 증상의 원인은 잘 알 수 없었다. 당연히 앞으로 이 환자에게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일단 의사는 몸무게가 줄고, 힘이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다시 영양제를 놓기로 했다. 강도와 양도 과거보다 더 높였다. 그리고는 이 처방으로 환자의 병이 나아서 퇴원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지금 미국 금융시장과 경제가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필자는 영양제를 주는 것만으로는 이번의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양제를 전달하는 기관이 망가져서 밖에서 주입해도 이것이 필요한 곳으로 제대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여기서 영양제 전달 기관이란 금융기관이나 금융상품을 의미한다. 금융상품이란 자금을 대출한 쪽에서 보면 자산으로서 상품이지만 자금을 빌린 쪽에서 보면 부채다. 또한 이 금융상품은 일차 상품에서 끝난 것이 아니고 이를 기초로 2차, 3차로 새로운 금융상품 즉 파생상품을 만들어 냈다.

항상 그러하지만 금융위기는 과잉 부채를 진 사람들이 부도를 내거나 또는 너무 지나치게 올라간 금융상품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일어난다. 이번의 금융위기 역시 과잉 부채를 진 가계가 부도를 내고, 이와 관련된 금융상품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금은 파생상품의 비중이 역사상 가장 높은데 파생상품은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매일매일 가격을 만들어 내는 유통시장이 없어 그 가격을 알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그 구조가 너무 복잡하여 파생상품의 적정한 가격을 계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설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일단 문제가 생기면 기초 상품의 부도 정도에 따라서 파생상품의 가격은 크게 달라진다. 가격을 믿지 못하는데 누가 이를 사려고 하겠는가? 즉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영양제인 유동성을 이전하는 금융시장의 통로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이런 금융상품을 갖고 있는 금융기관은 보유 자산의 가격 하락으로 적자를 보게 된다. 그 금융상품의 가격을 계산하기 어렵다 보니 이 금융기관들에 돈을 빌려주거나 맡긴 사람들이 자금을 회수하려고 하고, 이들 금융기관은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어렵게 된다. 즉 금융시장에서는 거래 상대방의 신용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 또한 중앙은행의 영양제를 몸의 구석구석으로 옮기는 것을 막아버린다.

이외에도 금융자산의 가격을 낮추고, 금융기관의 적자를 키울 분야는 많이 있다. 아직 서브프라임의 부도가 마무리 되지 않았으며, 상업용 모기지의 금리가 올라가고 있으며, 신용카드 부채와 회사채의 부도율이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품에 보험을 써준 금융기관들은 보험을 선 금융상품의 부도로 적자를 내고, 그 결과 신용등급이 내려가고 있다. 이들 보증보험회사들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이들이 보증한 채권들의 시장 가격은 떨어지고, 그 상품들에 투자한 금융기관들은 다시 적자가 늘어나게 된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과연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제대로 작동을 할 것인가? 다시 말하면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으로 떨어지던 금융자산의 가격이 다시 올라가고 금융부채를 진 사람들의 부도율이 낮아질 것인가?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매우 낮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시장 회복으로 가는 첫 걸음은 환자에게 영양제를 공급하면서 동시에 수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유동성을 전달하지 못하는 낡고 병든 통로를 제거하고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통로란 새로운 즉 깨끗한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의미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영양제의 공급이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지연이자 문제를 키우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 본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으며, 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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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노우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