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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은 지난 1월 17일, 미국 중앙은행 의장인 버냉키가 미국 예산위원회에서 최근 미국의 경제현황과 전망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무언가 무척 괴로워하는 모습을 잡은 것이다. 우리는 그의 일그러진 얼굴에서 무엇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 자리에서 그는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하나는 미국 금융시장에 일어난 위기를 잡기위해서 중앙은행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고 앞으로도 하겠지만, 금융정책만으로는 지금의 금융위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둘째는 금융정책이 갖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 정부의 재정정책이 필요하고 그것도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실시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또는 자금지원으로 지금의 금융위기가 잡히지 않고 있다고 고백했는데, 그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지금의 금융위기가 단순히 유동성의 위기가 아니라 신용의 위기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지금의 금융위기는 유동성의 양이 모자라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금융자산의 질이 나빠졌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양의 문제라면 중앙은행이 양을 늘리면 된다. 그러나 질이 문제가 되면 이는 중앙은행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아무리 중앙은행이라고 해도 납덩이를 금덩이로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잠시는 속일 수 있지만 영원히는 불가능하다. 그럼 금융자산의 질이 나빠졌다는 말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

가장 쉽게는 돈을 갚을 수 없는 사람에게 많은 돈을 빌려준 것이다. 또는 투자수익에 비해 투자위험이 너무 높은 곳에 투자를 한 것이다. 나아가서 부도의 가능성, 즉 신용의 질이 나쁨에도 불구하고(*또는 위험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 신용의 값을 너무 높게 평가했다(*또는 위험을 너무 낮게 평가했다).

이것을 부추긴 것은 위험을 분산한다는 이름 아래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확산된 파생상품이다. 이 결과 지나친 신용이 일어났고, 신용시장에서 유동성은 마치 비 온 뒤의 강물처럼 풍부해졌다. 과거에는 별로 유동성이 높지 않았던 자산들도 이제는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바뀌었다. 금융거래가 활발해졌고, 금융자산의 가격이 올랐고,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보너스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파생상품은 잘 활용하면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를 갖지만 지나치면 위험을 집중하는 부작용을 만들어낸다. 은행이 고객에게 대출을 하면 고객의 신용상태를 가장 잘 아는 곳은 바로 은행이다. 그러나 은행은 위험을 이전한다는 이름 아래 이 대출자산을 파생상품을 통해 고객의 신용상태를 전혀 알지 못하는 제3자에게 이전해버렸다.

은행은 더 이상 돈과 비용을 들여서 고객의 신용상태를 자세히 조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또한 파생상품은 2차 유통시장이 없다. 그래서 1차 발행시장의 가격이 적정한지를 검증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없다.

이 정보 부족의 공간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부도보험상품(CDSs)과 신용보증보험회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이 두 보험성 상품이 마치 비가 올 때 우산이 없듯이 꼭 필요한 시기에 자기 기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위험을 헤지해 주는 보험성 상품이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면 신용의 확대, 유동성의 전달, 위험의 이전이 위축되며 금융시장은 상품의 가격과 거래 상대방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마비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그럼 과연 재정정책, 즉 세금감면 정책은 이런 현상을 막아줄 수 있을 것인가? 부시 대통령은 1,450억 달러의 감세를 발표하면서 이것이 연간 약 13조 달러에 이르는 미국 경제생산액을 약 1% 올리는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확실하지 않다. 이 돈이 소비나 투자로 간다는 보장이 없다. 만약 국민들이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아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다면 그래서 그 돈으로 빚을 갚는다면, 또는 소비를 하더라도 수입품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면 정부의 감세정책은 기대했던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다.

또한 이미 부분적으로 마비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금융시장에 이 감세정책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지도 아직 불확실하다. 만약, 만약에 말이다. 이번의 재정정책이 지금의 금융시장 위기에 별다른 효과를 주지 못한다면 그 부작용은 매우 클 것이다. 버냉키의 일그러진 얼굴에서 이런 일들을 상상한다면 이는 너무 지나친 것일까?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 본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으며, 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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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노우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