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거시경제지표에 민감하다 읽어볼만한글2008. 1. 27. 17:32
외국인은 거시 경제 지표에 민감하다
1. 금리
IMF 금융구제 지원받기 이전인 1997년 이전 한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큰 요인은 바로 금리였다. 당시 금리는 11~16% 사이에서 움직였고, 지금과는 달리 대표 금리가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현재는 국고채 수익률) 이었다. 당시 많은 기업들은 차입금 비중이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높았으며, 금리 상승은 곧바로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연결되었다. 당시에는 금리가 상승하면 주가는 곤두박질 치고 금리가 하락하면 금융주 필두로 주가 급격히 상승하곤 했다. 따라서 금리 추이가 주식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워낙 저금리 상태이기 때문에 금리가 어느 정도 상승하거나 하락해도 주식시장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오히려 요즘은 국내 금리보다 중국과 미국의 금리가 국내 주식시장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 금리 변동 대한 국내 주식시장 반응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미 달러화 표시 채권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인한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투자 자금 이탈을 초래하고, 이는 결국 외국인들의 매도로 인한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대로 미국이 금리 인하하면, 미국 이외의 투자처로 국제 투자 자금 이동하면서 국내 주식시장도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입에 의한 주가 상승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 따른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주가 하락, 미국의 금리 인하 따른 주가 상승이라는 모습은 항상 보여지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미국 경기 포함한 세계 경기가 어던 상황에 있는지 우선적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만일 미국 경기 회복 따른 금리 인상이라면 오히려 국내 경기의 동반 회복 기대감으로 강한 주가 상승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의 금리 인하가 자국의 경기 침체 반영하는 것이라면, 국내 증시는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올해 4월 중국 정부의 잇따른 경기 과열 진정책 발표로 국내 주가는 폭락을 거듭했다. 우라나라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인 중국정부가 금리 인상하여 과열 경기 억제하려 한다면, 그것은 국내 기업들의 대 중국 수출 악화로 이어져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 미치게 된다.
2. 유가
올초 국제 유가(WTI)가 50달러 이르는 상황에서도 국내 주식시장이 지속적인 상승을 보이자, 한 경제일간지에서 이제는 국내 주식시장이 국제 유가의 영향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 같다는 내용의 뉴스를 보도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국제 유가의 움직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필자는 국내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판단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불과 서너 달 만에 가파른 국제 유가 상승의 위력 앞에 힘없이 무너져내렸고, 이제는 국제 유가의 움직임이 주식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거시 경제 지표가 되었다. 당시 경제신문의 기사를 믿고서 주식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현재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전체 수입 규모의 25% 정도가 석유이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국내 항공업계는 연간 100억~300억원, 해운업계는 150억 원대의 원가 부담이 추가로 발생한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대략 10억 달러가 줄어들고, 소비자 물가는 약 0.1% 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35달러가 넘는 고유가 상태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대체로 국제 유가 35달러 넘어서면 경제 성장률 떨어지고 물가 급등하면서 저성장, 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결국 외국인들의 주식매도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그에 따라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최근 국제 유가는 배럴당 45달러를 넘어서는 사상 치고가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100달러까지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라고 말하기도 한다. 결국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려야 치솟는 유가를 잡을 수 있지만, 문제는 OPEC에 가입되어 있는 중동의 산유국들이 석유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을지 그 생산 능력이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하루 생산량을 국가별로 결정한 OPEC 합의 사항과는 달리, 중동 산유국들이 실제로는 할당된 생산량 이상으로 더 많은 석유를 생산,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이 별로 없다는 얘기가 들린다. 만일 그ㅓㅅ이 사실이라면 심리적 요인까지 더해져 실제로 배럴당 50달러 넘어서는 초고유가 상태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으며 그로 인해서 국내 경기는 물론 세계 경제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3. 외국 주식시장
장 중에는 나스닥 선물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하며, 장 종료 후 늦은 밤 시간에는 미국시장의 움직임 또한 주시해야 한다.
요즘은 아시아 증시의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잇어서 일본, 대만, 홍콩 등의 주식시장 움직임까지 고려해야만 한다. 특히 요즘은 주력 수출 업종이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에 있는 대만 주식시장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국내 증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마디로 1990년대의 투자자들과는 달리 요즘엔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이 많아졌다.
그렇다면 왜 요즘은 전 세계 증시의 동조화 현상이 더욱 강화되어 일반 투자자들이 해외 증시의 움직임까지도 예의 주시해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가 그만큼 미국, 중국 등 거대 경제 대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요 교역 상대국들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나 중국의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자연히 자국의 주식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이고 결국은 그것이 우리나라와 주변 국가들의 경제 상황에 영향을 주게 되어, 국내 주식시장도 영향을 받게 된다.
4. 환율
단기적으로 외국인 매매 영향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제 지표는 환율이다. 당장 오늘의 외국인 매매에 영향 미칠 수 있는 거시 경제 요인이 바로 환율이며, 환율 움직임과 관련된 외국인의 매매 성향 파악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2003년 9월의 어느 날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달러화의 주요 통화 상대국 대한 약세를 용인하겠다는 발언 나오자, 달러화는 각국의 주요 통화에 대해서 급격한 약세를 보였다. 다음 날 원달러 환율도 세계 각국의 환율 움직임의 영향(달러화 약세)으로 급격한 원화 강세(대략 1% 평가절상)를 보였다. 그리고 당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로 4% 내외의 폭락 장세를 연출했다.
장 종료 후 신문과 증권 관련 방송에서는 당일의 주식시장 폭락의 원인을 큰 폭의 환율 평가절상에서 찾고 있었다. 익히 잘 알고 있는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 대한 우려로 외국인들이 수출 관련 주를 집중 매도한 것이 주식시장 폭락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분명 타당한 분석이고, 본인도 동감하는 면이 있다.
그러면 좀더 시간 앞당겨서 1997년도 IMF 구제금융 받을 당시 예로 들어보자. IMF 구제금융 받기 이전에 우리나라는 환율의 일별 변동 폭에 제한이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에 금융위기 닥쳐오면서 달러화 대한 개인 및 기업들의 선호 현상은 급격히 강화되고 있었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일별 환율 변동 폭이 제한되어 있어서 외환시장이 개장되자마자 외환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매일 가격제한 폭까지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평가절하)하는 현상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IMF 구제금융 신청하면서 일별 환율 변동 폭을 없애는 완전 자율 환율제로 금융 정책 바꾸게 된다. 그 이후 800원대이던 원달러 환율은 2000원까지 상승(원하 평가절하)했다.
그런데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할 당시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엄청난 금액의 주식을 매도했다. 현업에서 딜러로 일하면서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전 업종, 전 종목에 걸친 무차별적인 외국인의 매도를 목격할 수 있었다. 앞에서 언급한,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원하 평가절상)했을 때 나타났던 외국인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는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상승(원화 평가절하)했을 때에는 더욱더 강화되어 나타났다.
환율 변동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매 행태는 여러 원인에 의해 복합적인 영향을 받겠지만 여기서는 환율에 따라 미치는 원인을 밝히고자 한다.
먼저 환율이 급격히 상승(원화 평가절하)하는 경우 외국인들은 일단 단기적으로 환차손을 걱정하게 된다. 물론 선물환 거래를 통해서 환헤지를 한 외국인 투자자라면 환율의 움직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지 못한 외국인 투자자는 환차손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이고 그 환차손을 그대로 떠안아야만 한다. 만일 원달러 환율이 1,200원에서 1,320원으로 상승한다면, 주가가 변동하지 않더라도 국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는 환율 상승으로 10%의 포트폴리오 손실을 보는 것이다. 따라서 IMF 당시에도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외국인들은 하루라도 빨리 국내 주식을 처분하고 원래의 투자 자산이었던 달러화를 확보하려고 했던 것이다.
다음으로 원화 급격히 평가절상되는 경우 환헤지를 하지 않은 외국인 투자자라면 그 변동 폭만큼의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환차익보다는 하락하게 될 주식시장에 대비하여 일단 주식을 대거 처분하는 것이다. 급격한 평가절상은 그만큼 미국의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반증이고,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 상황도 미국의 영향을 받게 되고, 그 영향은 주식시장으로 미칠 것을 외국인 투자자들도 예상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급격한 환율의 변동은 어던 방향으로 움직이든 외국인들의 공격적인 매도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환율이 어떻게 움직여야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매수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달러 환율이 안정적으로 하락(원화 평가절상)할 때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꾸준히 순매수한다. 환율은 말 그대로 두 나라 화폐 사이의 교환 비율이며, 해당 화폐의 상대적 구매력이다. 환율은 물가수준, 금리, 국제수지 등 한 나라의 전체적인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반영해준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이 꾸준히 하락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경제 체질이 화폐 비교 상대국인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더 호전되고 있다는 증거이며 외국인들의 주식매수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해준다.
<상따보다 쉬운 외국인 따라잡기> 중 - 김대욱, 국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