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귀신이야기 Ⅱ

주식시장에는 여러 마리의 귀신이 살고 있다. 이 귀신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사실 생각의 세계에서 무서운 것은 알고 속이는 거짓이 아니라 잘못된 것을 참인 줄 알고 큰 소리 지르는 귀신들이다. 필자는 2005년 12.26일자 이데일리 가치투자 칼럼에서 이런 귀신 중의 하나로 성장주와 가치주를 구분하는 귀신의 정체를 파헤쳐 보았다.

당연히 아직도 그 귀신은 생생하게 살아있다. 오늘은 어쩌면 이보다 더 무섭고 피해가 큰 또 다른 귀신의 정체를 파헤쳐 보려고 한다.

아무개가 얼마를 투자하여 그것의 몇 십 배를 벌었다는 대박 귀신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더 극적으로 전개되어 거의 대부분 경우 벌었던 돈을 다 까먹는다. 그리고는 처음 시작할 때 보다 더 밑바닥으로 내려간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만약 여기서 죽었으면 귀신이 아니다. 다시 투자에 성공한 것으로 살아난다. 그리고는 귀신이 되어 때로는 소문으로 때로는 기사로 우리에게 전달된다.

당연히 우리는 작은 돈을 투자하여 가능한 빨리 큰 돈을 벌고 싶어한다. 그래서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하면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한지 궁금해 한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한다.

전해지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러저러해서 투자에 성공했고, 저러이러 해서 투자에 실패했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는 갖고 있는 돈의 대부분을 한 두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심하면 빌려서까지 투자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다. 가진 돈을 모두 그리고 가진 돈의 몇 배에 해당하는 돈을 빌려서 한 두 종목에 집중하는 투자는 아주 위험하다. 죽기 아니면 살기다.

성공하면 대박이고 실패하면 쪽박이다. 투자에서 대박을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과연 이런 투자 방법을 따라야 할까? 만약 이런 투자를 계속하면 결과가 어떻게 될까? 이런 투자는 절대로 계속할 수가 없다.

다수의 사람들이 쪽박을 찼을 것이고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대박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쪽박과 대박의 구분 기준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여러 명 중에서 확률적인 우연으로 대박이 나왔을 뿐이다. 한 두 번 대박을 본 사람도 이런 투자를 계속했더라면 쪽박을 찾을 것이다.

대박을 본 사람이 아무리 “나는 남과 달리 이런 저런 것을 고려했다”고 말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주식투자에서 우연한 성공과 필연적인 성공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스스로는 필연적인 성공이라 말하지만 거기에는 우연적인 성공이 끼여들어 있다.

비록 구분이 어렵다고 해도 투자가는 필연적으로 성공을 낳을 요소와 필연적으로 실패를 낳을 요소를 찾아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우연적인 실패라는 짐승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필연적으로 실패를 낳을 요소를 볼 능력이 없거나 우연히 찾아올 실패를 다룰 수 있는 준비가 되어 못하면 죽기 아니면 살기로 투자해서는 안 된다.빌려서까지 몽땅 한 곳에 집어넣어서는 안 된다.

투자는 절대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해서는 안 된다. 투자는 살고 또 살기로 투자해야 한다. 사람들이 투자는 용감하게 해야 한다고 하나 투자는 겁쟁이처럼 해야 한다. 단지 겁쟁이가 이길 수 있는 상대를 만났을 때, 그 때만은 용감해야 한다.

우연히 길을 가다 산소통을 지고 깊은 바다로 진주를 캐려 가는 사람을 보고 나도 진주를 캐고 싶다고 삼각형 속옷만을 입고 깊은 바다로 뛰어 들어가는 것은 용감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주식투자에서 완벽하고 정확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런 것을 있을 수가 없다. 만약 진정 완벽하고 정확한 시나리오가 만들어 진다면 그 때는 조심해야 한다. 그때는 불안해야 한다. 투자의 시나리오는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불확실한 것이 어디에 있는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이것을 알면 편히 잠잘 수 있다.

앞으로도 새로운 대박 귀신이 계속 태어날 것이다. 나는 대박 귀신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궁금한 것이 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얼마의 돈을 맡기고 다시 한번 옛날의 실력을 보여달라고 하면 그 사람들이 무어라고 대답할까?

하상주 (sazuh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