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대규모 순매도 왜?

코스피가 17일 엿새 만에 반등에 성공하며 1700선을 지켜냈다.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판단에 개인들과 기관투자가들이 주식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일 1조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한국 시장을 패닉에 빠뜨렸던 외국인들은 이날도 7000억원 이상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면서 장중 지수는 등락이 엇갈리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이날도 프로그램 매매를 중심으로 기관의 순매수가 지속됐다는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1119억원)과 비차익(2019억원) 등 31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매매는 언제든 상황에 따라 매수로 돌아설 수 있어 시장이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진정돼야 한다는 뜻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 차익거래 순매수가 지수 하락을 막아 줄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일주일 정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도 진정 및 지수 반등이 나타나지 않으면 결국 주가는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한국 시장에서 17일까지 4조5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올해 첫 거래일인 2일(695억원)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쉬지 않고 '셀코리아'에 나서고 있는 것.

외국인들이 공격적인 매도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안전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 △미국 시장 조정 △ 타 신흥시장에 비해 풍부한 유동성 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현재 보유 중인 중국 관련주 등에 대한 보수적인 전망도 한국에서 유독 많이 파는 이유다.

이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심리가 위축된 외국인들이 전반적으로 주식 비중을 축소하는 과정"이라며 "신흥시장이 먼저 매를 맞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윤석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전무는 "디커플링 논의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는 여전히 미국과 연동돼 있다"며 "지난해부터 수출 관련주를 꾸준히 내던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성장성을 기대하며 올랐던 조선ㆍ철강주의 주가 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집중적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만과 브라질 등 일부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은 에너지업종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순매수하고 있으며, 대만에서는 대선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즉 순매수는 국가별로 특수 상황이 반영된 결과란 평가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순매도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글러스 안 UBS 전무는 "분위기가 낙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한동안은 매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석 전무도 "1월에 외국인이 순매도하는 것은 최근 13년 가운데 올해가 처음"이라며 "그만큼 국내 주식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금융기관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고 경기부양책 등이 나오는 1분기가 지나면 외국인의 매도가 잠잠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외국인들은 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한 데다 지난해부터 국내 채권시장에서 아비트리지(무위험 재정거래)가 가능해지자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했다.

작년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순매도 규모는 30조원을 넘어선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사상 최대치인 연간 33조517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정욱 기자 / 한예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