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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투자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3대 저작인 전문가를 위한 ‘증권분석(Security Analysis)’과 일반인을 위한 ‘현명한 투자자(The Intelligent Investor)’, 그리고 재무제표 해석의 교범인 ‘재무제표의 해석(Interpretation of Financial Statement)’은 증권 투자에서 기념비적 의미를 지닌다.

이 중에서도 1934년 데이비드 도드와 함께 쓴 ‘증권분석’은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이 책에서 주식을 매수할 때는 주가수익률(PER)과 주가순자산배율(PBR)이 낮은 종목을 고르는 것은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고르는 것과 함께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신생 산업 PER ‘높은 게 당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증권 투자에서 PER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공격받고 있다. 심지어 윌리엄 오닐은 그의 유명한 저작 ‘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How to Make Money in Stocks)’에서 ‘당신이 그렇게 믿는다면 서둘러 꿈에서 깨라’라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PER가 높은 경우는 대개 시장이 강세일 때가 많고, 반대로 낮은 경우에는 약세일 때가 많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특히 시장의 강세가 진행될 때는 대개 고PER 종목들이 시장을 주도하기 때문에, 이때 저 PER 종목을 고르는 것은 시장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는 모든 투자자가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PER가 가진 함정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다시 생각해 보면, PER는 분명히 주식의 가격을 매기는 데 기준이 될 수 있다. PER에 주당순이익(EPS)을 곱하면 일단 현재 주식의 가격이 될 것이다. 이 주식이 싼 것인가 비싼 것인가는, 이 기업의 통상적인 PER가 몇 배인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습관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특정 종목의 주가는 PER 10~20배 사이에서 형성돼 왔다는 경험칙이 바로 그것이다.

이때 경험칙에 의한 습관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대개 기업의 성장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기업이 막 생겨나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경우 투자자들은 ‘PER=주가(P)/EPS(E)’에서 P 의 값을 더 크게 인정하거나, 혹은 적은 E를 적용하곤 한다. 이 기업이 비록 처음에는 미약하지만 미래에는 창대할 것이라는 믿음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 일어난 기업, 신생 산업군에 뛰어드는 기업들은 자연적으로 PER가 높게 평가되고, 국가의 경우에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흥 개도국들은 PER가 높고, 선진국은 낮은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처음에 200배에 이르던 PER가 100배, 50배로 낮아졌고 이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사람들이 마이크로소프트에 품었던 기대가 서서히 실현돼 왔으며 더 이상 새로운 꿈을 그곳에 묻기에는 어렵다고(이제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여긴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대형 우량 기업들의 PER는 대개 높지 않다. 특히 굴뚝주들의 PER는 대단히 낮으며, 코스닥 기업들의 PER는 상대적으로 높게 부여받게 된다. 그래서 기업들이 새로운 신성장 산업을 찾고 변신을 하면서 기대감이 커지게 되면 이 기업이 무엇이 될지 모르므로 PER는 높아지고, 그 기업이 오랫동안 한 가지 사업에만 한 우물을 파는 경우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면 늘어나는 만큼 주가가 오르고, 줄어들면 주가가 내릴 뿐 PER는 큰 변화가 없이 일정한 수준에서 맴돌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저평가 업종이라 불리는 SK텔레콤(SKT)의 경우도 과거에는 엄청난 PER가 당연시되었지만 이제는 14~15배의 PER를 인정받고 있다. 이때 SKT의 PER는 고평가일까, 아니면 저평가일까. 이에 대한 답은 찾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 업종은 가입자 100만 명의 시장에서는 엄청난 꿈의 기업이고 PER 100배도 싸지만, 가입자가 2000만 명이 넘어버린 상황에서는 더 이상 가입자를 늘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업의 성장은 정체될 것이고 PER는 낮아질 것이다. 소위 장치 산업이 된 것이다.

하지만 SKT가 IP TV(인터넷 TV)와 같은 사업에 진출하고 3세대 이동통신 사업이 ARPU(가입자당 수익)를 늘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기대를 준다면, 혹은 베트남의 이동통신 사업이 성공하고 다시 제3국으로 가지를 뻗어간다면 사람들은 SKT의 PER에 가중치를 주게 될 것이다(EPS가 주가에 비해 낮아도 이 주가를 적정 가치로 인정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역시 기업에 대한 규제라든지 기타 변수들을 제외한 경우에 해당되는 말이다. 어쨌든 PER의 속성은 결국 ‘꿈’ 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PER 주식이라고 해서 고평가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부적절하다. 다시 말해 성장주에 있어서 PER는 적정 가치를 말하기 곤란한 지표라는 의미가 된다.

우리가 주식시장에서 만나는 기업들은 대부분 예측 가능한 사업을 영위한다. SKT나 KT처럼 통신 산업 재편이나 신정부 출범 이후 가격 인하 공세에 직면하는 것과 같은 일은 기업의 역사에서 드문 일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늘 영위하는 사업, 즉 주력 사업이 있고 그 주력 사업은 기업의 가치나 속성을 어지간해서는 변하기 어렵게 하는 기둥이다.

이를테면 한국전력이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한국전력이 전력을 생산하는 국가 기간산업이고 정부의 가격 통제에 따라 기업의 실적이 달라지는 공기업이라는 사실에 큰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하지만 보다 덩치가 작은 기업이 신사업에 진출하면 그때부터 PER는 더 이상 이 기업의 가치를 측정하는 도구가 될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 업종의 PER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 이들 기업은 분명히 성장 기업은 아니다. 경기 주기에 따라 업황이 갈리는 대표적인 굴뚝 산업이고, 현재 이들이 보이는 경이적인 이익도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며 조만간 설비 과잉으로 시달리는 시기가 온다는 것 역시 누구나 알고 있다.

다시 말해 조선 산업은 경기 민감형 산업 중에 큰 주기를 그리는, 예측 가능한 업종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이들 기업의 주식들을 성장주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익의 규모가 증가하면 주가가 비례해 같이 오르고, 이익의 규모가 줄어들면 주가가 같이 내리는 것이 정상적인 종목들이다. 즉 PER의 등락이 크지 않다.

이익 예상치 웃도는 PER ‘조심’

다만 PER는 전년도의 EPS를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현재 고실적이 예상되는 시점에서의 주가가 고평가, 즉 ‘P’가 과다 계상된 것으로 보아도 큰 무리는 없다. 즉, 이 기업의 PER가 그동안의 습관을 벗어난 고PER를 보이는 것은 지난해와 올해 그리고 내년의 이익이 대단히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지난해 기준의 기업 이익으로 계상한 이 종목의 PER는 고평가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해(여기서는 2007년)의 이익 예상치를 기준으로 계상한 PER는 그동안의 습관의 범위를 벗어나서는 곤란하다. 혹은 그것 역시 내년에도 올해만큼의 EPS 증가율을 나타낼 것이라는 기대가 배어 있어서 PER가 높다면 내년(여기서는 2008년) 실적 예상치 기준으로 볼 때, 즉‘주가/EPS’에서 2008년의 이익 예상치를 대입할 경우에는 다시 습관적 PER의 범주에 들어야 한다. 그 이상이면 그것은 거품이며 명백히 비이성적 과열이다.

이렇게 미래의 이익 성장률을 계상해서 PER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것을 ‘주가수익 성장 비율(PEGR)’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등장하는 PEGR(Price Earnings Growth Ratio)는 PER를 연간 수익 성장 기대 비율을 백분율 그대로 나눈 것이다. 즉, 연간 성장률이 50%에 이르는 회사라면 그 기업의 PER가 50배라고 해도 PEGR는 1이 된다.

전설적 투자자인 피터 린치는 기업을 고를 때 PEGR가 0.5 이하인 경우는 매수하고, 1.5 이상인 기업은 매도하라고 이야기한다. 이 말은 기업의 PER가 고평가라고 하더라도, 혹은 성장률이 좋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가치 평가에는 한계 기준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서 예시한 조선주들은 고평가일까, 아니면 저평가일까. 이참에 기업의 회계 자료를 한번 살펴보고, 각 증권사들의 이익 예상치 차이들도 한번 점검해 본 다음 오늘 예시한 문제들을 퍼즐을 풀듯 계산해 보는 것도 좋은 두뇌 개발 거리가 될 것이라 여겨진다.

‘시골의사’ 박경철

★ 본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으며, 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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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노우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