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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6. 11. 22:37

투자, 지진, 그리고 광우병 읽어볼만한글2008. 6. 11. 22:37

★ 블룸버그&실시간 지수     FX News     forexfactory.com     통계지표     네이버 뉴스     다음 뉴스     전자공시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항을 하나만 꼽으라면 위험관리를 떠올려야 합니다. 투자를 하면서 어떤 주식을 사야지 또는 어떤 부동산을 사야지 수익을 많이 낼 수 있을까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직 수익내는 것에만 몰입하다가 파산하는 투자자들이 생겨납니다. 일본에서 1990년대 초에 많은 담보대출을 안고 부동산을 구입했던 사람들이 부동산 가격의 예상치 못한 하락으로 인하여 파산에 이른 것이나 최근에 미국에서 생겨났던 서브프라임 사태도 기대수익에 집중하는 것에 비하여 위험관리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서 생겨난 것입니다.

위험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손실로 인하여 파산에까지 이르거나 전체 자산이 크게 쪼그라들어서 다시는 복구가 불가능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손실을 무작정 두려워만 하면 시장의 평균을 초과하는 수익을 내기 힘듭니다.

위험관리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염두에 두어야하는 것은 최대 발생 가능한 손실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지, 열심히 노력하면 복구가 가능할지 여부입니다. 보험을 드는 이유도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의 위험이 현실로 나타났을 때를 대비해서 평소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입니다.

주식에 직접 투자할 때에 분산투자하는 이유도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입니다. 몰빵 투자를 했을 때에 수익이 얻어지면 집중적으로 큰 수익이 얻어지기는 하지만 손실이 발생했을 때 그 충격이 너무 큽니다. 투자자금의 일부를 가지고 어떤 종목을 산 뒤에 그 종목이 대박을 터뜨리면 누구나 떠오르는 생각이, 일부 자금이 아니라 전 재산을 그 종목에 투자했었다면 훨씬 더 큰 수익으로 팔자를 고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입니다.

투자종목의 재무상태를 보아야하는 이유도 재무상태가 좋다고해서 그 종목의 주가가 크게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 회사가 재무적으로 문제가 생겨서 낭패 당하는 일은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실한 종목에 투자를 해서 누가 대박을 내더라도 부러워만 하지 말고, 부실한 다른 종목에 투자했다가 그 회사가 부도나서 깡통차게 되는 또다른 투자자들이 있음도 동시에 생각해야합니다.

이와 같이 결과만 가지고서 어떤 선택과 행위가 좋았으리라고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만약에 그 종목이 쪽박이 났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도 동시에 생각해야하는 것입니다.

주식투자에서 수익내는 것도 좋지만 위험관리를 우선시해야하는 것처럼 어떤 사안에서나, 어떤 일상사에서나 위험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더욱이 어떤 사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점점 더 복잡하게 얽혀가는 시대에, 즉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위험관리가 더더욱 중요합니다.

수익에 대한 판단은 흔히 기댓값으로 내려집니다. 기댓값이란 각 사건이 벌어졌을 때의 이득과 그 사건이 벌어질 확률을 곱한 것으로 평균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이득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기댓값 계산을 통해서 위험관리의 중요성을 살펴보겠습니다.

전 재산이 1000원인 사람이 똑같이 돈 1000원을 투자해서 할 수 있는 사업이 두 개가 있어서 그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 판단하려고 합니다. 한 사업은 1000원을 투자해서 얻어지는 수익에 대한 기댓값이 200원이고, 또다른 사업은 400원이라면, 기댓값만 보고 판단할 때에는 당연히 기댓값이 400원인 사업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때 기댓값이 얻어지는 구체적인 과정에서는, 1번 경우에는 (400원 x 0.5)+(0원 x 0.5) = 200원으로 기댓값이 나타나고, 2번 경우에는 (556원 x 0.9)+(-1000원 x 0.1) = 400원으로 기댓값이 나타난다고 보겠습니다. 1번 경우에는 비록 기댓값은 2번보다 작지만 예상대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에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기반은 유지가 됩니다. 그러나 2번 경우에는 예상대로 성공시에는 1번 보다 큰 수익을 얻어내지만 실패시에는 전 재산을 다 날리고 파산하게 됩니다.

특별한 가정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 회복 불가능합니다. 이와 같이 기대수익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낙관적으로 기대한 것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졌을 때의 결과를 기꺼이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가 위험관 있어서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합니다.

규모가 큰 강진이 나타날 확률이 엄청나게 작은 지역에서 그러한 지진에 대비할 필요가 있겠는가도 마찬가지 이야기가 됩니다. 강진이 나타날 확률이 무척 작고, 실제로 나타나지 않으리라고 낙관적으로 예상하지만, 만의 하나 나타났을 때 그 충격을 감당하기 힘들다면 최소한의 대비는 하는 것이 올바른 길입니다. 확률은 무척 낮지만 일단 발생시에 큰 충격이 올 수 있는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고자 보험에 들고는 싶지만 경제적 사정 때문에 들지 못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보험에 들어가는 비용 정도는 그 가정 경제 수준에 비해서 충분히 낮다면 드는 것이 현재의 추세입니다. 마찬가지로 규모가 큰 강진에 대비하는 사회적인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빈민국가라면 어쩔 수 없지만 우리나라 정도의 국가에서는 대비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최근에 중국 쓰촨성에서 일어난 리히터규모 7.8의 강진에 의한 참혹한 상황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국민들도 모두다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을 통해서 우리나라와 연결해서도 생각해봐야할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쓰촨성은 중국 지각판의 내부에 위치해 비교적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는데, 한국도 그와 같은 지각판의 내륙지역으로서 무조건 안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6년에 내진설계법이 마련되어 1988년부터 적용되었기에 현재 전체 건축물 중 60% 이상이 지진에 무방비 상태라고 합니다. 내진설계를 1988년부터는 6층 이상의 건물, 2005년부터는 3층 이상의 건물에 적용하도록 법이 제정되어서 20년 이상 된 아파트와 오래된 단독주택/저층 연립주택은 강진 발생시 큰 피해가 나타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제가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잠시 살 때에 강진을 직접 크게 느껴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일하던 곳에서 어느 날 난생 처음 건물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순간 “어..어..”하고 있는데, 제 옆에서 일하고 있던 순수 미국 사람이 진동이 오는 것과 동시에 번개처럼 문으로 가서 문틀에 서서 기둥을 잡고 서있는 것이었습니다. 위에서 무엇인가 떨어져 내릴 때 문틀에 서면 문틀 윗부분이 막아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안전조치를 취하는 날쎈 동작이 놀라워서 나중에 물어보니 그 지역에서 태어나서 평생 그 곳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지진에 대해서 대처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하여 심도 깊고 폭넓은 안전교육이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예비평가에서 철교, 고가교량, 지하철 역사 등 천여 개 시설물 중에서 상당수가 내진보강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니 사회적인 구조물에서도 지진에 대비하는 것이 더욱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실 국내에서는 78년 이후 지진이 모두 7백여 차례 발생하는 등 연 평균 25회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규모 4 이상 5 미만의 지진과 규모 4 이상 6 미만의 지진도 각각 30 여 차례나 발생하였으며 규모 5 이상 6 미만의 지진은 5회 발생하였습니다. 인구 밀집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지 않아 피해가 크지 않았던 것이었고 우리나라 자체가 지진의 절대 안전지대가 아님은 분명합니다. 지금 내진 설계 기준은 규모 6.0의 지진에 견디게 하는 것입니다.

투자에서나 지진에서나 확률이 아무리 작더라도 일단 발생시 충격이 파괴적인 것에 대해서는 대비를 하는 방향으로 위험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위험관리의 특성 면에서, 광우병 경우에서도 확률만 가지고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광우병에서는 사건이 벌어질 확률은 엄청나게 작지만 그 사건이 벌어졌을 때 손실의 크기는 마이너스 무한대입니다.

따라서 손실의 평균 기댓값은 결코 제한적이지 않습니다. 광우병 사건발생시 손실의 크기가 마이너스 무한대인 것은 다른 병들과는 달리 반드시 죽기 때문입니다. 한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 죽음은 다른 손실과는 달리 회복이 100% 불가능합니다.

자동차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비행기 사고가 발생할 확률보다 비교도 되지 않게 높지만 자동차 사고에 대하여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비행기 사고보다 오히려 훨씬 더 작습니다. 그것은 자동차 사고의 확률은 높지만 사고 발생시 죽음의 확률은 비행기 사고만큼 높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위험관리의 원칙과 사람들이 느끼는 심리 등을 사회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광우병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할 것입니다.

한편 흡연이 당장은 괜찮아도 개인에게 있어서 미래에 나타날지도 모를 잠재적인 불행의 확률을 높여주는 것이라서 사회적으로 점점 차단해가는 것이 추세입니다. 따라서 광우병도 당장은 발견되지 않고 있어도 잠복해 있다가 미래에 나타날지도 모를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면 그 가능성을 차단해가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부합됩니다.

또한 위험을 완전히 기피하기 위해서 수익을 기꺼이 포기하겠다면 그러한 선택을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본질입니다. 요즘 간접흡연이 많이 이슈화되고 그것을 막는 방향으로 제도가 마련되는 것도 직접 흡연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지만 간접흡연은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담배의 독이 내 몸에 흡수되기 때문입니다. 먹거리에서도 나는 선택하기 싫은데, 내가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섭취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경우들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더욱이 한 국가 안에서도 식품에 관한 관리와 통제가 완벽히 이루어지기 힘든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어떤 사회에 경찰이 천명, 만명 있어도 도둑이 전혀 없도록 통제가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듯이, 업무 목표 달성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고 오차의 범위는 존재한다고 인정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아닌 타국에서 관리와 통제가 완벽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사람들이 믿기 힘든 것이 현실인 셈입니다.

따라서 위험관리에서는 완벽함을 강조하기보다는 오차가 발생했을 때, 또는 지극히 낮은 확률이 현실로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그것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지 여부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건희외부필자  ⓒ 머니투데이


★ 본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으며, 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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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노우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