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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미국에 금융위기가 발생하여, 자산 가격이 떨어지고, 대형 금융기관들이 투자 자산의 가격 하락, 대출자산의 부실로 적자를 내고 있다. 또한 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소비가 늘어나지 않아 전체 경제에도 힘이 빠졌다. 즉 디플레이션(*여기서는 물가 하락을 의미함)의 힘이 높아지고 있는데 왜 많은 전문가들이 인플레이션(*여기서는 물가 상승을 의미함)을 걱정하고 있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자산 가격의 하락을 동반한 금융위기가 오면 금융당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물가의 하락 가능성이다. 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으면 현재의 소비를 내일로 미루기 때문에 물가는 더욱 떨어지고 전체 경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특히 지금의 미국처럼 가계 부채가 많은 시기에는 물가하락이 거의 사망선고와 비슷하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 보통 다음 네 가지 방안으로 대처한다. 하나는 금리를 낮추는 것이다. 둘째는 거의 공짜로 돈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셋째는 부실자산 또는 위험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환율을 낮추는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 역시 정부와 힘을 합쳐 위 네 가지 방안을 모두 실시했거나 실시하고 있다. 당연히 금리를 빠른 속도로 낮추었으며, 세금을 돌려준다는 이름으로 공짜 돈을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고, 금융기관이 지닌 부실하고 위험한 자산을 담보로 현금을 빌려주고 있다. 나아가서 미국 중앙은행은 마치 부실금융기관 구제 펀드인양 부도가 난 대형금융기관에 자금을 집어넣어 부도를 막았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의 사태에서도 보듯이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에게 현금을 빌려준다고 해서 반듯이 금융시장에 위기가 사라지고 떨어지던 자산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금융시장은 중앙은행이 조정하는 현금만이 아니라 훨씬 더 큰 금액의 신용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다.

금융시장에 위험이 높아지면 신용이 빠른 속도로 악화된다. 신용의 악화는 다시 더 높은 신용 악화를 불러온다. 그러면 금융기관은 신용이 약한 사람에게 대출을 하지 않을 것이며, 또 신용이 약한 사람은 돈을 빌려가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으나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지금 미국 정부의 대처 방안으로는 지금의 금융위기 나아가서 경제 침체를 벗어나기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지금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디플레이션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이다. 미국 중앙은행은 약간의 물가상승만을 바란다. 지나친 물가 상승은 비록 디플레이션만큼은 아니더라도 역시 피하고 싶어 한다. 자산 가격이 올라가기 전에 소비자 물가가 너무 많이 오르면, 그래서 소비자의 마음속에 앞으로 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만들어져 버리면 이를 잡기위해서 필요 이상으로 금리를 많이 올려야 하고, 이는 지금의 미국처럼 가계 부채가 소득에 비해 높은 경우, 실물 경제의 침체를 몰고 온다.

지금 미국 중앙은행은 경제/금융시장이라는 배를 폭이 점점 좁아지는 두 절벽 사이로 몰고 가고 있다. 배가 한쪽 절벽에 부딪쳐 반대쪽으로 기울어지면 곧바로 반대쪽 절벽에 부딪치고 있다. 과연 버냉키 선장은 이 배를 무사히 좁은 절벽 사이로 몰고 나갈 것인가?

투자가들에게는 이 배가 언제쯤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일지, 그러면서 결국은 이 좁은 절벽 사이를 무사히 빠져나갈 것인지, 아니면 배가 이쪽저쪽 절벽에 부딪치는 바람에 물이 새거나 돛이 부러지는 사고는 나지 않을 것인지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어떤 상품을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할 것인지도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이 둘 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투자란 거의 언제나 이런 위험을 지고서 덤비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이 글을 쓴 하 대표는 <영업보고서로 보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2007년 개정판)>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홈페이지 http://www.haclass.com으로 가면 다른 글들도 볼 수 있다.

ⓒ이데일리

★ 본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으며, 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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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노우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