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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에게 배우는 투자의 지혜 (11) | 렉스 싱크필드 - 주식시장은 효율적이다

상아탑에서 최고의 이론으로 손꼽히는 이론을 실제 주식투자에 그대로 적용하는 펀드매니저가 있다면 그는 과연 어느 정도나 성공적인 투자 실적을 올릴 수 있을까? 더구나 그 이론이 주식시장의 불가해성(不可解性)을 강조하는 ‘효율적 시장 이론(Efficient Market Theory)’이라면 어떨까?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모니카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회사 DFA(Dimensional Fund Advisors)는 학문적 이론을 현실 투자 세계에 적용해 성공한 펀드 회사로 손꼽힌다. 우선 이 회사 이사회의 면면을 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효율적 시장 이론의 태두라고 할 수 있는 시카고 대학교의 유진 파마 교수를 비롯해 1997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런 숄즈(스탠포드 대학 교수)가 참여하고 있고, 2000년에 타계한 1990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머튼 밀러도 오랫동안 DFA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다. 이 밖에 케네스 프렌치 MIT 교수, 로저 이버슨 예일 대학 교수, 존 굴드 시카고 대학 교수 등 자본시장 이론의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학자들이 DFA의 이사로서 펀드 운용을 자문해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DFA의 상징적인 학자는 파마 교수다. 사실 DFA를 출범시킨 두 명의 설립자 렉스 싱크필드(Rex A. Sinquefield, 1944~)와 데이비드 부스가 모두 그의 제자다. 파마 교수는 월스트리트 최대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서 자문역 제의를 받았지만 제자 곁을 떠나지 않았다.

“파마 교수는 수업시간에 (자신이 가르치는) 효율적 시장 이론이 가장 실제적인 이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렉스와 나는 그의 가장 충실한 신봉자라고 할 수 있다.”

부스의 말처럼 파마는 자신의 이론을 실제 세계에 적용하고 있는 DFA의 정신적 지주다.

효율적 시장 이론의 핵심은 ‘시장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주식을 선택해 시장 평균 수익률을 초과하는 높은 수익률을 계속해서 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일부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적극적인 투자 방식보다는 전체 주식을 사는 수동적인 투자 방식이 더 낫다는 것이다. 지금은 인덱스펀드처럼 수동적 투자 방식에 기초한 펀드를 쉽게 만날 수 있지만, 파마 교수의 논문이 월스트리트에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1960년대 말에는 가히 혁명적인 것이었다.

이는 당시 시카고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각각 MBA 과정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싱크필드와 부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싱크필드는 파마의 이론을 처음 접한 느낌이 마치 구세주가 나타난 것과 같았다고 회고한다.

“파마 교수의 이론은 아리스토텔레스나 토마스 아퀴나스의 말을 듣는 것처럼 논리적이었다.”

싱크필드는 사실 파마 교수의 문하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적극적으로 주식투자를 한 경험이 있었다. 일곱 살 때 고아가 돼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성장한 싱크필드는 성직자가 되기 위해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신학교에 들어갔는데, 이때 수중에 있는 200달러로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그는 당시 한 종목의 주식을 매수하여 매일 신문을 보며 주가의 등락을 체크했고, 3년 후 신학교를 떠날 무렵에는 두 종목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주식투자는 흥미로운 것이었지만 너무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어떤 주식을 살까 고민해야 하는 적극적 투자 방식은 시간과 정력, 돈을 낭비하는 것으로 보였다. 반면에 수동적으로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면 모든 것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972년 시카고 대학에서 MBA 과정을 마친 싱크필드는 시카고에 있는 아메리칸 내셔널 뱅크에 들어갔다. 싱크필드는 이곳에서 신탁 책임자로 일하면서 은행에서 일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의 실적을 평가했다. 당시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의 자산운용 방식은 적극적 투자 방식이었다. 그가 아메리칸 내셔널 뱅크에 입사한 다음해인 1973년 웰스 파고 은행이 처음으로 인덱스펀드를 시장에 내놓았지만 싱크필드는 그 사실을 몰랐다. 그는 은행을 설득해 ‘수수료가 매우 싸고 장기적으로는 유명한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액티브펀드보다 투자 수익률이 더 높은’ 수동적 투자 방식의 인덱스펀드를 팔 것을 제안했다. 싱크필드는 결국 (자신의 생각으로는) 미국 최초의 인덱스펀드를 1973년에 만들었는데, 이 펀드는 S&P 500 지수를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싱크필드와 비슷한 시기에 파마 교수 밑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던 부스는 그 무렵 더욱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캔자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부스는 대학 졸업 후 IBM에서 근무하다 파마 교수의 효율적 시장 이론을 처음 접하고 시카고 대학에 다시 들어가 1971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웰스 파고 은행의 애널리스트로 일했고, 뉴욕의 증권회사인 A. G. 베커로 옮겨 연기금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에게 투자 자문을 해주는 부사장을 맡았다. 당시 그가 자문해준 거의 모든 펀드매니저는 대형주에 투자하고 있었다. 효율적 시장 이론에 의하면 대기업은 소기업에 비해 안전한 만큼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고, 따라서 시장 평균 수익률을 상회하는 높은 수익률은 기대할 수 없다. 부스는 자신이 자문하는 연기금 펀드의 매니저들이 대형주에 투자하면서도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려고 애쓰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회사에 소형주 인덱스펀드를 시작하자고 제안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부스의 생각을 들은 동료들은 괜한 짓 하지 말라며 그를 말렸고, 그는 다음날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브루클린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DFA를 시작했다.

그 무렵 역시 파마 교수 밑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롤프 반즈가 소형주와 대형주의 투자 수익률을 실증적으로 연구해 발표했다. 반즈의 연구는 소형주가 대형주보다 장기적으로 투자 수익률이 높다는 것을 증명한 첫 번째 실증적인 연구 논문이었다. 반즈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소형주의 54년간 투자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대형주보다 연평균 수익률이 3% 포인트나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소형주가 대형주보다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고, 따라서 자본 조달 비용이 높아 그에 비례하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투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반즈의 연구 결과는 후에 ‘소형주 효과’로 알려지게 된다.


인덱스펀드 시장의 개척자

부스와 마찬가지로 반즈의 연구 결과에 충격을 받은 싱크필드는 즉시 회사에 소형주 인덱스펀드를 만들 것을 제안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싱크필드 역시 회사를 그만두고, 학창 시절 함께 공부했던 부스가 이제 막 시작한 DFA에 합류했다. 1981년에 설립된 DFA가 처음으로 운용하기 시작한 펀드는 9-10 펀드였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전체 종목을 시가총액 순서대로 10%씩 10단계로 순위를 매긴 다음 가장 작은 부류인 9단계와 10단계에 드는 소형주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다. 한마디로 9-10 펀드는 소형주 효과를 거두기 위해 시가총액이 가장 작은 종목들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셈이었다.

사실 효율적 시장 이론의 신봉자였던 싱크필드와 부스는 어떤 종목이 더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저 9단계와 10단계로 분류되는 소형주를 시가총액 비율대로 편입할 뿐이었다. 따라서 DFA에는 리서치팀도 없었고, 펀드매니저도 없었다. 당연히 펀드 운용 수수료도 매우 낮았다. 당시 소형주 펀드의 평균 수수료에 비해 3분의 1 정도인 0.5%에 불과했다.

9-10 펀드는 처음 운용되기 시작한 1982년 7월부터 1년간 100%에 가까운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소형주 효과에 놀란 연기금들이 DFA에 잇달아 투자했다. 그러나 1984년부터 1990년까지 소형주는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해 연평균 투자 수익률이 2.6%로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S&P 500 지수의 연평균 상승률은 14.7%였다. 그로 인해 9-10 펀드처럼 소형주에 수동적으로 투자하는 인덱스펀드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DFA는 그런 상황에서도 다른 소형주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9-10 펀드는 통상 2,500개 정도의 소형주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지만 상장된 지 1년이 되지 않은 종목은 편입하지 않는다. 따라서 1990년대 말 닷컴 붐이 불면서 엄청난 프리미엄과 함께 주식시장에 새로 상장된 주식들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됐고, 덕분에 닷컴주 거품 붕괴를 피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수동적 투자라는 특징에서 알 수 있듯이 첨단기술주의 주가 폭락 사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소형주 펀드들이 발 빠르게 유행이 지난 소형 기술주를 처분할 때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어쨌든 9-10 펀드 하나로 시작한 DFA는 6-10 펀드(시가총액 순위로 6~10단계에 드는 종목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인덱스펀드)와 인터내셔널 소형주 펀드, 6-10 가치주 펀드(6~10단계에 드는 종목 중 가치주에만 투자하는 펀드) 등을 계속해서 내놓았다. 이들 펀드는 모두 출범 이후 벤치마킹 대상 지수의 상승률을 초과하는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가령 9-10 펀드는 소형주 지수로 가장 대표적인 러셀 2000 지수에 비해 연평균 1.48% 포인트 높은 투자 수익률을 달성했고, 6-10 펀드는 1.71% 포인트 높은 실적을 올렸다.

사실 싱크필드가 믿는 것은 ‘효율적 시장’이라기보다는 ‘시장의 효율성’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가 특정 종목에 투자해 장기적으로 시장 수익률보다 더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면 그것은 시장의 가격 형성 기능이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 가격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핵심 기능인데도 말이다.

“투자자들이 수동적 투자 방식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삶 자체가 매우 간단해질 것이다. 어떤 주식을 사고 팔 것인가를 놓고 밤새 고민할 필요도 없고,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를 일일이 읽을 필요도 없다. 기업 내용을 알려주는 재무제표를 챙기느라 골치 아프지 않아도 된다.”

싱크필드의 말을 한번쯤 음미해볼 만하다.

출처 : http://media.miraeasset.com/media.contents.servlet.MediaSvt?mode=originalView&listmode=&media_idx=1516

★ 본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으며, 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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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노우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