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금융상품은 위험한가 읽어볼만한글/이현2008. 4. 13. 18:49
파생금융상품은 위험한가
1995년 2월 27일 월요일 동경 주식시장은 개장하자마자 사자 실종, 팔자 일색으로 시작되었다. 영국의 명문 상업은행인 베어링(Barings)은행이 파생금융상품거래에 따른 거액의 손실로 파산 직전 상태에 이르렀다는 뉴스가 세계의 주식시장을 강타한 결과였다.
베어링의 싱가포르 현지법인인 베이링 선물회사(Baring Futures)가 파생금융상품거래로 약 12억달러의 손실을 입어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구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산하게 된 것이다. 베어링그룹은 1762년 설립되어 233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상업은행으로서 영국의 엘리자베즈여왕도 예금할 정도로 국내외에서 절대적인 신용을 쌓고 있던 금융기관이었다. 이러한 금세기 최대의 하나로 기록될 금융스캔들을 일으킨 장본인은 당시 28세의 닉 리슨(Nick Leeson)이라는 젊은 영국인 딜러로서, 일본 주가지수선물거래에 실패한 결과였다.
1998년 9월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메니지먼트(LTCM)가 파산했다. LTCM은 월가의 전설적인 채권전문가 존 메리웨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마이런 숄즈와 로버트 머튼, FRB 부의장을 지낸 데이비드 멀린스 등의 금융계 저명 인사와 백만장자들이 설립한 펀드로 설립 첫해인 95년에 투자가들에게 42.8%, 96년에는 40.8%의 경이적인 배당을 하면서 승승장구하였다. LTCM의 고수익을 가능케 했던 투자기법은 '컨버전스 트레이딩(convergence trading)이라는 무위험 차익거래기법으로 마이런 숄즈가 개발한 블랙·숄즈모델이 그 근간을 제공한 셈이다. 그러나 98년 8월 러시아의 외채상환중단(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시장이 파행적으로 흐르면서 거액의 투자금을 날렸고 뒤이어 발생한 아시아의 외환위기를 예측하지 못해 노벨 수상자의 명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하면서 비운의 종말을 맞아야 했다.
당시 LTCM의 파산이 금융공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36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LTCM은 당시의 예외적인 환경 탓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투자위험이 높은 파생금융상품을 무리하게 운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왜 영국 명문의 상업은행이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단돈 1파운드에 네덜란드의 ING그룹에 매각되는 수모를 당했으며, 노벨 경제학상의 명예에 먹칠을 한 파생금융상품은 무엇인가? 이는 이미 매스컴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파생금융상품이 그만큼 위험해서인가, 아니면 그것이외에도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가.
정보산업에 있어서 컴퓨터가 불가결한 요소가 된 것과 마찬가지로 금융시장에 있어서 파생금융상품은 이미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투자자금의 수십 배에 넘는 금융거래를 신속하게 가능하게 하는 파생금융상품은 신(神)의 기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거의 마술적인 결과를 산출하는 능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관심이 모두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파생금융상품의 위해론에 대해서는 그 자체의 위해성은 물론, 그 기초자산인 주식시장이나 채권, 외화시장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한 예로 1987년 블랙 먼데이의 주가 대폭락 원인중의 하나로서 파생금융상품인 주가지수차익거래를 들 정도이다. 여기에 냉소적인 사람들은 파생금융상품을 탐욕스런 투자은행들의 단순한 전략의 한 수단으로 비판한다.
이처럼 파생금융상품시장은 공포와 경이가 혼합된 형태로서 비쳐지는 것이 사실이다.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그 배경과 의미가 무엇이든 간에 분명한 것은 오늘날의 금융시장에서 최소한의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가 없이는 금융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한다거나 종사를 한다는 것이 이제 어렵게 된 것만은 확실하다.
현대사회에 있어서 필수품인 자동차나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항공기 사고로 수백 명의 인명을 순식간에 잃더라도 항공기 자체를 없앨 수 없듯이 파생금융상품거래에 의한 거액의 금융스캔들은 파생금융상품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이나 위험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이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http://bbs.kiwoom.com/ivsthelp/StockStory2/allbody.jsp?num=35&tnum=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