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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08-03-31 12:20:00

[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한 실험자가 일정한 시간마다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었다. 이렇게 몇 번을 하다보니 어느 날 모이를 줄 시간에 비둘기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놈은 한쪽 발로 옆으로 막 가고, 또 어떤 놈은 머리로 철망을 막 부딪치고…. 비둘기들이 각자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했다. 비둘기들은 자신들이 이런 행동을 하면 먹이가 나온다고 착각한 것이다. 실제로는 정해진 시간마다 먹이를 주는데도 말이다. 이런 현상을 “비둘기의 미신”이라고 부른다.

과연 인간의 행동은 비둘기의 미신과 얼마나 다를까? 전통적인 경제학은 개인을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행동 단위로 설정하고 있다. 자유시장 경제의 핵심은 인간 개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기반 위에 서 있다. 개인은 자신의 소득 범위에서 자신의 효능이 최대가 되도록 행동한다는 것이다. 즉 소위 말하는 한계 효능이 제로가 되는 지점을 연결한 무차별곡선 위에서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현상에서는 이런 합리성의 가정을 부정하는 현상들이 여러 가지로 일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바로 주식시장이다. 예를 들면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은 가격이 올라가면 이를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더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로 더 산다. 반대로 주식가격이 떨어지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로 더 기다린다. 과연 투자가들의 이런 행동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주식시장에서 투자가들이 비합리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가끔씩 찾아오는 주식 가격의 폭등과 폭락이다. 개인들이 모인 집단의 비합리성이 한쪽 방향으로 몰려 나타나면 바로 지나친 주가 상승을 만들거나 또는 지나친 주가 하락을 만들어낸다.

주식시장에서 특히 개인의 비합리성이 잘 드러나는 것은 이곳에서 돈이 왔다갔다 하고, 돈에 대한 인간의 욕심과 두려움이 인간이 지니고 있는 비합리성을 강하게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뇌는 합리적인 선택도 하지만 비합리적인 결정도 하도록 자극한다. 인간 뇌의 작동이 진화를 하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의 뇌는 지금과 같은 복잡한 현대 생활을 흡수하기에는 너무 오래 전인 원시시절의 경험에 물들어 있을 것이다. 그 기간이 근현대의 기간보다도 엄청나게 더 길다. 주식 또는 투자시장의 원리를 설명하는 투자논리들이 나름대로 모양을 갖추고 나타난 시기는 긴 인간의 역사에서 보면 겨우 2초에 해당한다.

주식시장에서는 개인이 가진 비합리성이 자주 나타나며 그리고 가끔 이것이 집단의 형태로 한쪽으로 몰려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주식시장에서 투자에 성공하는 지름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사실에 근거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기는 매우 어렵다.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사람에 따라서 헷갈린다. 그러므로 자기 멋대로 미래를 예측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미래를 예측 또는 짐작하지 않고도 투자하는 길이 있다는 말인가? 없다. 그렇다면?

미래를 미리 내다보려고 크게 애쓰지 않아도 미래가 보이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또는 그런 회사가 있을 것이다. 그런 회사에 투자를 하면 된다. 물론 이런 회사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혀 없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가 미래를 짐작한다는 말은 미래를 100퍼센트 미리 안다는 말이 아니다. 이런 사람이 있다면 `미아리 고개`로 가야 한다. 단지 틀릴 가능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하려면 기본적으로 자신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자신이 잘 아는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 또는 이해하기 쉬운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 당연히 사업내용이 복잡한 회사보다는 단순한 회사가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뛰어난 수학자도 단순한 계산을 하지 못해 계산기를 찾는다. 사실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합리성과 비합리성이 싸우면 비합리성이 이기는 경우가 더 많다. 담배를 끊어야 하나 끊지 못한다. 인간의 이성 능력 또한 그렇게 뛰어난 것이 아니다. 과거에 일어난 어떤 일을 보고 미래를 짐작하려는 것은 과연 “비둘기의 미신”과 얼마나 다를까? 지금 미국 시장에 일어나는 금융위기도 어쩌면 미국 금융시장이 인간 능력의 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복잡하게 꼬였기 때문일 것이다. 주식투자에서도 인간의 단순한 능력에 맞는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투자성과를 높이는 길이 아닐까.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이 글을 쓴 하 대표는 <영업보고서로 보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2007년 개정판)>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홈페이지 http://www.haclass.com/으로 가면 다른 글들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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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주 (sazuha@empal.com)


★ 본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으며, 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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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노우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