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자동투자 시스템을 만들자

아시아경제 2008-03-25 08:43:45

만약 동전던지기 게임을 했는데 10번 연속해서 앞면이 나왔다. 11번째 던지기에서 앞면과 뒷면 중 어디가 나올 가능성이 높을까?

많은 사람들이 앞면이 나올 경우에 내기를 건다. 물론 일부 사람들은 지금까지 앞면이 계속 나왔으므로 뒷면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앞면이 10번 연속 나오나 100번 연속 나오나 상관없이 사실은 앞면과 뒷면이 나올 가능성은 각각 50%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10번 연속 앞면이 나왔다는 사실에 근거해 정답을 맞히려고 한다. 이를 '지식의 착각'이라고 한다.

즉 어떤 정보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예측을 보다 신뢰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정답을 맞힐 확률은 전혀 변하지 않았는 데도 말이다.

사람들의 착각은 이러한 사례 말고도 상당히 많다.

자신의 예측이 다른 사람의 예측보다 더 정확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자기 과신'이라든지 보유 주식을 팔아야 할 때 냉철하게 손익을 따지기 보다는 이익 종목을 처분하고 손실 종목을 계속 보유하려는 성향 등 합리적이기 보다는 불합리한 경우가 훨씬 많다.

이는 인간이 기계가 아닌 뜨거운 피가 흐르는 생명체이며 따라서 인간의 두뇌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전문가들은 주가가 떨어졌을 때 더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펀드 투자의 경우 매월 일정 금액을 자동이체 시키는 정액 적립식 투자보다는 주가가 떨어졌을 때마다 더 투자하는 자유 적립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거 펀드 수익률로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주가가 낮은 시점에 투자했을 경우가 매월 일정한 날 일정하게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성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근거로 제시한다. 물론 모두 맞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결코 쉽지 않다.

필자의 경우 몇 년 전 자유 적립식으로 펀드에 가입한 적이 있다. 나름대로 매월 일정한 날 펀드에 자금을 불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막상 펀드에 돈을 넣어야 할 날이 오면 고민에 휩싸였다. 주가가 더 떨어질 지 모르니 며칠 기다렸다가 투자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주가가 오르는 데 지금 넣으면 적립식 투자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주가 흐름이 꺾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등등 많은 생각 때문에 막상 투자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몇 해 지나고 보니 그런 고민이 사실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성과를 높이기 위한 고민이 오히려 성과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나타난 경우도 많았다.

미국 최고의 자산관리 구루(guruㆍ권위자)로 불리는 데이비드 바크는 그의 책 '자동으로 부자되기'라는 책에서 "체계적인 투자는 강한 의지가 필요한데 이러한 투자를 장기간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체계적인 투자를 강한 의지력이 필요없이 자동으로 이뤄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동이체를 활용해 투자를 자동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갖 욕망과 편견 등으로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바탕에서 자기 자신를 제어해 펀드 투자에 성공할 수 있도록 '자동 투자 시스템'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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