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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달러를 배반한 金

스노우볼^^ 2008. 1. 19. 10:00
미국 달러 가치의 미래를 두고 이런 저런 전망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지금 미국의 대외적자를 해결하려면 달러 가치가 약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지금 미국의 달러가 전세계에 너무 많이 풀려있으므로 앞으로 달러 가치는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마침 미국 재무부 장관이 최근에 바뀌었다.

미국 경제를 총괄하는 우두머리로서 헨리 폴슨 장관은 마음 속으로 어떤 전략을 구상하고 있을까?

이 문제를 상상해보려면 잠시 세계 통화체제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 대영제국 시절에는 세계 통화가 영국 파운드에 고정되어 있었다. 2차세계 대전 후 브레튼 우즈 체제가 만들어 졌다.

이 때는 금을 기초로 한 달러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통화가 고정되어 있었다. 1971년에 닉슨 대통령이 달러 가치를 지탱하고 있던 금을 빼버렸다.

이 때부터 달러는 그 뒤에 아무것도 없는 그냥 종이 돈이 되었다. 그리고 환율은 변동하게 되었다. 즉 미국은 달러를 금의 보유량에 구속받지 않고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달러의 대외가치도 힘만 있다면 미국에 유리하게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그러나 아직은 달러 가치가 세계 경제에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달러의 대외가치가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 경제가 대외무역거래나 자본거래에 많이 노출되는 시점부터다.

즉 달러의 가치가 문제가 된 것은 대략 1990년 냉전이 끝나면서 소위 말하는 세계화가 가속화된 시점부터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중간 정리하면 달러의 대외가치가 중요해지는 것은 세계의 중심통화가 금의 구속에서 벗어나고, 각국 통화 사이에 환율이 자유롭게 변동하고, 그리고 중심 통화국이 대외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경우다.

보통의 나라는 대외무역적자를 보게 되면 당연히 자기 나라 돈 값을 낮추어야 한다. 그래야 달러를 벌어서 적자를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더 많이 내다 팔든가 아니면 더 적게 소비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이라는 한 나라의 통화가 세계의 통화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미국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당연히 미국은 이 특권을 최대한 오래 누리고 싶어할 것이다.

미국의 대외적자를 통해서 미국 밖으로 나간 달러는 미국 밖에서 돌아다니면서 돈을 벌 곳이 있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미국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은 대외적자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학생이 옆집 가게에서 돈을 주고 옷을 맞추어 입었는데 가게 아저씨가 그 돈을 쓸 곳에 없어서 다시 대학생에게 그 돈을 빌려준다. 이 과정에 계속 되풀이 된다. 그 학생은 방안 가득히 양복을 쌓아 두었다.

양복 가게 아저씨가 대학생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그래야 양복을 팔 수 있다는 것도 있지만 대학생이 졸업을 하고 돈을 잘 벌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믿음을 유지해야 한다.

그 믿음이란 바로 강한 달러다. 과거에는 금으로 이 믿음을 뒷받침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금이 없다. 오히려 금이 달러를 배반하고 값이 올라만 가고 있다. 이를 막아야 한다.

물가가 올라가는 것도 막아야 한다. 물가가 올라간다는 것은 달러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과 같다. 금이 달러를 배반한 이제 강한 달러를 유지해 주는 유일한 수단은 높은 금리다.

높은 금리는 금 가격을 내리고, 물가를 잡지만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의 가격을 떨어뜨리고 경기를 죽일 것이다.

그렇다. 그럴 위험이 있다. 올해 11월에는 미국에 중간 선거가 있다. 그리고 2008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그래서 여기서 선택을 해야 한다. 중간 선거 직후에 경기 감속을 통해 경제의 부실 부분을 정리하고 2008년의 선거를 경기 회복으로 맞이할 것인지 아니면 미세조정으로 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충격 없이 지금의 상태를 끌고 나가 2008년 선거를 맞이할 것인지 선택할 것이다.

어떤 전략이 성공할 것인지, 그 전략의 실행과정에서 어떤 장애물을 만날지는 또 다른 문제다.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이 글을 쓴 하상주 대표는 <영업보고서로 보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블로그 http://blog.empas.com/sazuha로 가면 그가 쓴 다른 글들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