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공부방

(가치투자)레버리지의 비밀

스노우볼^^ 2008. 1. 19. 09:09
투자의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 중 하나가 레버리지라는 말일 것이다. 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의 이익을 내도록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하면서 보통 자기자본을 기초로 하여 남의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이 레버리지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재무 레버리지라 불리는 것으로 자기자본 1에 남의 돈 1을 빌려와서 2로 장사를 할 경우 재무 레버리지는 남의 돈/나의 돈=1/1=1이 된다. 만약 금융회사처럼 남의 돈 9를 빌려올 경우 레버리지는 9/1=9가 된다.

사업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가능한 한 재무 레버리지를 높이려고 한다. 이는 자기 돈 1을 넣어서 10%의 이익을 내면 이익은 0.1이 된다. 그러나 남의 돈 9를 보탠 10을 넣으면 이익이 1.0(투자액의 10%)이 된다. 남의 돈 9에는 빌린 돈 값을 주어야 하므로 그 비용이 5%라고 하면 수익 1.0에서 이자 비용으로 나가는 것이 0.45(9*5%)가 되어 남은 이익은 0.55(1.0-0.45)이 된다. 결국 이 사람은 자기 돈 1만으로 사업을 할 때는 0.1의 이익을 얻지만 남의 돈 9를 빌려와서 사업을 하면 이익이 0.55가 되어 5.5배가 더 많아진다.

그러나 모조건 남의 돈을 많이 빌려올 수는 없다. 우선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자기 돈이 1만 있는 사람에게 많은 돈을 빌려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돈을 돌려 받지 못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돈을 빌리는 사람의 처지에서도 빌려온 돈에서 나오는 수익이 돈을 빌리는 비용보다 더 높아야만 한다. 그래야 돈을 빌리는 사람에게 떨어지는 이익이 생긴다. 그러나 사정이 나빠질 수 있다. 이자가 올라가고 장사가 잘 되지 않으면 이자를 갚기도 어려워진다. 그래서 남의 돈을 너무 많이 빌리면 사정이 나빠질 경우 부도를 낸 위험이 있다.

그래서 남의 돈을 많이 빌릴 경우에는 그 돈으로 하는 사업이 매우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사업이어야 한다. 경기 변동을 심하게 받거나 사업 환경이 복잡하여 미래를 짐작하기 어려우면 언제 나쁜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즉 레버리지의 두번째 요소는 경제적 레버리지다. 재무 레버리지가 낮으면 경제적 레버리지는 좀 높아도 된다. 그러나 재무 레버리지가 높을 경우는 여기서 오는 위험을 막기 위해서 경제적 레버리지가 낮아야 한다.

그런데 만약 이 두 레버리지가 모두 높으면 어떻게 될까? 외부 환경에 일어나는 조그마한 변화에도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다. 지금 미국 금융시장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 한 헤지펀드(이 펀드의 이름을 `돈번다 펀드`라고 하자)가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라는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돈번다 헤지펀드는 전반적으로 시중 금리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 투자가의 돈 1에다 빌린 돈 9를 합쳐 수익률이 높은 CDO에 투자하기로 했다.(왼쪽 그림)

예를 들어 이 CDO(이 CDO의 이름은 `괜찮다`로 하자)는 액면금액이 10인 50개의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갖고 있다. 괜찮다 CDO는 이 50개의 대출에서 나오는 이자와 원금의 현금흐름을 투자자에게 모두 똑 같이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현금흐름의 배분 우선 순위를 몇 개의 조각으로 나눈다.

다른 말로 하면 50개의 대출 중에서 부도가 나면 그 부도 손실을 가장 먼저 짊어져야 할 조각에는 부도가 나기 전까지 높은 금리를 주고 그 손실을 맨 나중에 부담하게 될 그래서 거의 안전한 조각에는 금리를 낮게 준다.

돈번다 헤지펀드는 괜찮다 CDO에서 수익률이 20%나 되는 가장 위험이 높은 조각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래야 펀드가 수익을 내고 수익에서 약 20% 정도의 성공 보수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부채의 부도율이 매우 낮았으며, 앞으로도 부도율이 낮을 것으로 보았다.

이제 가만히 생각해보자. 만약 사정이 나빠져서 괜찮다 CDO의 기초자산인 50개 대출에서 1개가 부도(부도율 2%)를 내면 돈번다 헤지펀드의 투자액은 모두 날아가 버린다. 돈번다 헤지펀드의 경제적 레버리지는 50배이며 재무 레버리지는 9배다. 레버리지가 높으면 약간의 가격 변동에도 크게 손실을 보게 된다.

그린스펀 전 중앙은행장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미국 금융시장에 일어난 이런 일을 두고서 금융시장의 발전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전이 있었기 때문에 미국의 가난한 서민들이 자기집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가난한 사람들이 혹시나 빚을 갚지 못해도 그 손실이 파생상품을 통해서 전세계로 골고루 분산되었기 때문에 금융시스템이 그 손실을 충분히 흡수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보고 있듯이 위험 중 우량 위험은 분산되었지만 불량 위험은 오히려 집중되어 있다. 만약 이것을 발전이라고 부른다면 발전은 항상 시한폭탄을 키우면서 일어나는가 보다.

한 사회에서 레버리지가 높아지는 것은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비록 얼마 동안은 레버리지 증가가 그 사회를 부자로 만드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사회가 높아진 레버리지를 견디지 못하는 한계 상황에 부딪치면 어쩔 수 없이 레버리지는 그 사회가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지금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이 높아진 레버리지를 평균수준으로 돌려야 하는데 미국의 정부와 중앙은행이 과연 이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이 글을 쓴 하 대표는 <영업보고서로 보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2007년 개정판)>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홈페이지 http://www.haclass.com으로 가면 다른 글들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