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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투자, 무조건 성공할 수 있을까?

스노우볼^^ 2008. 4. 19. 10:49

투자를 하기 위해 금융사에 들르면 대부분 장기투자를 권한다.

금융사의 입장에서는 고객의 돈을 최대한 많이, 최대한 장기로 묶어 둬야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투자자들도 금융사가 권한 상품이 꾸준한 수익을 내야 장기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와 금융사들은 서로 윈윈 전략을 세울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조건 장기투자를 한다면 다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인플레이션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장기투자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우선 인플레이션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상승하여, 똑 같은 단위의 화폐로 과거보다 구매할 수 있는 재화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인플레이션은 장기적으로 무조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처음에 사람들은 물물교환을 했다. 닭 한 마리와 물고기 하나를 바꾸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물물교환을 하기가 불편해 금의 무게를 기본으로 물건을 교환하게 된다. 하지만 금화도 불편하다고 생각하게 되어 지폐를 발행한다.

 

그런데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낸 지폐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폐가 생기기 전에는 정부가 재산을 늘리고 싶다면 더 많은 금을 확보해야 했다. 약탈이던 세금이던 금맥을 찾던 그 어떤 방법으로든 금을 더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통용되는 금의 양은 아주 천천히 증가했고 정부는 생각대로 금을 확보하기가 힘들었다.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아주 천천히 발생했다. 반면 지폐는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찍어낼 수 있었다.

 

다만 이렇게 돈의 공급이 많아지게 되면 같은 물건을 살 때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런데 정부는 통화 팽창으로 값이 오른 재화나 서비스를 값이 오르기 전 가격으로 거래하는 방법에 익숙해지게 된다. 100원짜리 상품을 구입하고 1년 후에 갚겠다고 한 다음 돈을 더 찍어 내어 실제적으로 100원의 가격이 1년 전보다 더 떨어졌을 때 갚는 식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통화량은 계속 증가하게 되며, 인플레이션이 발생된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부에 대한 환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년 전에 1억이었던 집 값이 지금은 2억이라면 집을 소유한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할 것이다. 이렇게 인플레이션은 부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소유한 집 값의 상승분과 똑같거나 오히려 높다면 어떻게 될까?

10년 전에 봐 뒀던 2억원짜리 집을 사기 위해 현재 내가 보유한(10년 전에 1억원을 주고 구입한) 집을 팔고 눈 여겨 봐 뒀던 집을 사려고 했더니 그 집값은 4억원으로 뛰었다면? 혹은 4억 이상이라면?

 

10년 전 사회초년생일 때 연봉이 100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2000만원으로 뛰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데 지금의 2000만원이 10년 전 1000만원과 똑 같은 구매력을 갖는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혹은 지금 2000만원의 구매력이 10년 전 1000만원보다 더 떨어졌다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10년 전과 지금 구매력의 차이는 발생하지 않아도, 10년 전과 지금 똑 같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도 사람들은 10년 전보다 지금이 더 부자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같은 단위의 화폐라면 웅덩이에 고인 물처럼 썩거나 증발해버리게 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반대 개념인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은 정치적 혹은 경제적 몰락을 의미하므로, 선택권이 있다면 정부는 항상 부에 대한 기분 좋은 환상을 만들어내는 인플레이션을 택한다.

디플레이션은 물가 하락을 뜻한다. 같은 돈으로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문제는 집값 역시 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월급도 줄어든다. 결국 월급이 줄어 은행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게 되어 집은 차압 되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니 은행도 빌려준 돈을 메울 수 없게 되어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런 문제가 동시에 다발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은행은 파산하고 은행에 투자한 사람까지 손해를 보게 되며, 결국 정부 역시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정부의 정권을 잡고 있는 정치가는 민심을 잃게 되고, 결국 정치인은 일을 잃게 된다. 때문에 정부는(결국 정부를 움직이는 정치인은) 선택권이 있다면 항상 인플레이션을 원하지 절대 디플레이션을 택하지 않는다.

 

때문에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며, 이런 인플레이션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장기투자가 무조건 성공할까?

다시 장기투자로 생각을 돌려보자.

흔히 투자를 하려면,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고 진리처럼 말한다. 단도직입적으로 필자도 대부분의 개인투자자의 경우 장기투자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히 오랜 시간 동안 투자하는 장기투자가 아닌, 인플레이션+α를 얻기 위한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야 실질 구매력이 높아지며 비로소 부자가 되는 것이다. 반대로 내가 가지고 있는 재화의 절대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인플레이션에 미치지 못한다면 실질 구매력은 떨어지게 되어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지게 된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장기투자보다는 인플레이션 이상의 수익을 얻기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앞서 예를 들었던 것처럼 10년 전에 1억원으로 주택을 구입하고 현재 2억원이 됐다고 생각해보자. 10년 만에 이 주택은 2배로 가격이 뛰었으니 연 7.2%의 복리 수익을 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만약 이보다 더 높은 금리를 주는 복리예금에 10년간 투자를 했다면 어떻게 될까? 정답은 현재 2억원의 주택보다 더 좋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구매력이 생기게 된다. 때문에 위의 예와 같은 상황이라면 부동산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은 연7.2% 이상의 금리를 주는 복리예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계산을 해보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복리예금 상승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것이 많다. 게다가 부동산은 소유했다는 것만으로 복리예금 이자에 붙는 세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낸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구매력과 비교한 상대가격을 따지는 것이 아닌 부동산의 절대가격만으로 자신이 부자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통계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지난 몇 십년 간 통계를 보면 예상과는 다르게 복리예금 > 부동산 > 주식 순으로 평균 수익률이 나온다. 통계로만 보면 복리예금이 장기적으로 가장 좋은 재테크 수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을 한 바퀴만 더 돌려보면 복리예금보다 훨씬 더 좋은 투자수단이 있다. 그것은 바로 주식이다.

 

주식에 장기투자 해야 하는 이유

주식에 장기 투자하면 무조건 인플레이션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밖에 없다. 다만 한가지 조건이 있다. 절대 망하지 않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망하지 않는 기업의 주식에 투자할 경우 무조건 인플레이션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밖에 없을까? 결론은 간단하다. 인플레이션+기업인플레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통계에서 복리예금 > 부동산 > 주식 순으로 평균 수익률이 나왔지만, 주식은 망한 기업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수익률이 가장 낮은 것이다. 만약 살아남은 기업들만으로 평균 수익률을 낸다면 주식이 가장 좋은 재테크 수단이 될 것이다.

 

기업이 망하지 않는다는 것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인플레이션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는 뜻이며, 은행에 돈을 빌려서 사업을 할 경우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뜻이 된다. 만약 인플레이션 이하의 수익을 낸다면 기업은 천천히 소멸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기업이 성장하는 한 주식투자자는 인플레이션+기업인플레(+배당)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절대 망하지 않는 기업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원칙 하나만으로 성공한 사람이 바로 워렌 버펫이다.

 

세일하는 기업을 쇼핑하라

그렇다면 문제가 있다. 막상 주식에 장기투자를 결심했는데 과연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다.

주식투자만으로 세계 2위의 거부가 된 워렌 버펫과 그의 스승인 벤자민 그레이엄, 이 두 명의 대가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유통업을 하고 있는 버펫과 그레이엄이 함께 대형 쇼핑몰에 갔다고 가정하자. 이 두 명의 장사꾼은 이것 저것 자신이 살 것을 구경하고 있는데 할인 코너에서 평소에 1000원 하던 물건 100가지를 500원에 팔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레이엄은 할인 코너에서 파는 상품 100가지를 조금씩 산다. 그리고 세일 기간이 끝나길 기다린다. 원래 1000원에 파는 상품인데 500원에 샀으니까 세일 기간이 끝나길 기다려 다시 1000원에 팔면 500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베펫은 할인 코너 상품 중에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괜찮은 물건 몇 개만 대량으로 구입했다.

 

즉 그레이엄은 아프리카에 있는 쇼핑몰에서도 1000원짜리 손난로를 500원에 팔고 있으면 그 제품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고 해도 가격이 너무 저렴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손난로의 가격이 언제 오를지 그 기간을 알 수 없으며, 혹은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때문에 그레이엄은 3년 이내로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면 구입했던 세일 가격 수준에서 다시 팔아 치우는 전략을 썼다.

반면 버펫은 아무리 세일을 하고 있어도 나중에 가격이 상승할 것이 아니라면 구매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 같으면 절대 팔지 않았다.

 

부동산으로 설명하면 그레이엄은 지역에 상관없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 물건이면 무조건 산후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 되면 매도를 반복한 것에 반해, 버펫은 발전하고 있는 지역의 급매일 경우에만 매입하고 발전이 끝날 때까지 보유하는 식이다.

 

정리하면 그레이엄은 내재가치 이하로 주가가 하락하면 무조건 사고 내재가치를 반영하거나 3년 이내로 자신이 생각한 내재가치만큼 주가가 상승하지 않으면 매도하는 방식이며, 베펫은 이익 규모가 커가고 있는 기업이 내재가치 이하로 거래될 때 주식 쇼핑을 하고 내재가치가 계속 커가고 있다면 절대 팔지 않았다.

 

이 두 명의 대가와 시장 수익률이라고 할 수 있는 인덱스 펀드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인덱스펀드 < 그레이엄 < 워렌 버펫 순이다.

 

얼마의 기간을 투자해야 장기투자라고 말 할 수 있는가?

지금까지 왜 장기투자를 해야 하며, 장기투자시 인플레이션+α를 얻어야 비로소 성공한 투자라는 것도 알아봤다. 또한 망하지 않는 기업의 주식에 장기투자 할 경우 절대 실패하지 않으며, 그레이엄과 버펫을 통해 언제, 어떤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지도 간략하게 살펴봤다.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으로 장기투자는 과연 얼마 이상의 기간을 뜻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필자가 두 명의 대가를 예로 들면서 할인 코너에서 평소에 1000원하던 물건을 500원에 팔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업에서 만드는 상품이야 기업의 사정에 따라 할인해서 팔 수 있지만, 기업 자체의 경우 할인이 될 때는 경기 침체기 밖에 없다.

 

회복기→활황기→후퇴기→침체기로 나눌 수 있는 경기 사이클 중에서 침체기에 할인하는 기업이 많으며, 할인폭도 가장 크다. 또한 이때 망하지 않은 기업은 경기가 회복되고 활황기가 되었을 때 경쟁자가 침체기에 망해서 사라졌기 때문에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때문에 필자가 생각하고 있는 장기투자는 최소한 한 번의 경기사이클 이상을 투자하는 것이며,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경기 사이클은 2년 가량이다. 즉 한 경기사이클 이상은 투자해야 장기투자의 범주에 속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한국의 기업은 미국 서브프라임의 영향으로 본의 아니게 할인 중이며, 당분간 그 할인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